-
-
고양이 학교
한지아 지음 / 바우솔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아이와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있습니다.
“숙제는 했어?”
“응, 했어.”
“그럼 이제 뭐 할 거야?”
“몰라. 그냥 있을래.”
그런데 잠시 뒤에는 책상 위에 있던 연필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고 있고,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거나 관심 있는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기도 합니다.
아이를 가만히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해야 할 것’을 먼저 하기를 바라는데, 아이는 자기가 궁금한 것, 재미있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마음이 먼저 움직이니까요.
그런 우리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이 한지아 작가의 《고양이 학교》였습니다.
이 책에는 아주 특별한 고양이 학교가 등장합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고양이들에게 ‘훌륭한 고양이가 되기 위한 중요한 시험’을 치르겠다고 합니다.
1교시는 가만히 앉아 있기.
고양이들은 자리에 앉아보지만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입니다.

2교시는 ?
3교시는 00에 들어가지 않기.
아늑해 보이는 00를 그냥 지나칠 고양이가 어디 있을까요? ^^ 스포라...직접 보세용!
마지막 시험은 ‘00해도 참기’입니다.
하필 창밖에는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다닙니다.
결국 고양이들은 시험마다 실패합니다. 꼬리는 움직이고, 창가에 올라가고, 들어가고,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합니다.
책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이 정도면 고양이한테 너무 어려운 시험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시험이 끝난 뒤 고양이들은 고개를 푹 숙입니다.
“우리는 다 실패했네.”
그런데 선생님이 발표한 결과는 뜻밖에도
반전!!

아이와 함께 읽는 저도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들은 시험을 못 본 것이 아니라, 고양이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인데요^^;
가만히 있기 싫으면 움직이고, 올라가고 싶으면 올라가고, 궁금하면 살펴보는 것.
그것이 바로 고양이에게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던 것이지요.
이 장면을 보면서 평소 아이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집중해.”
“그것부터 하고 놀자.”
“다른 아이들은 잘하는데 너도 조금 더 해보면 좋겠어.”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가 ‘나는 잘해야 사랑받는 아이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
특히 공부나 생활습관처럼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에서는 부모도 모르게 기준을 세우게 되죠!
우리 아이가 어떤 일을 잘했을 때는 칭찬하고, 부족한 모습을 보면 고쳐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 학교》를 읽고 나니 잘하는 것만큼 ‘그 아이답게 하는 것’도 자세히 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눠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네가 고양이 학교에 간다면 어떤 시험이 제일 어려울 것 같아?”
아마 ‘가만히 있기’라고 할 수도 있고, 의외로 ‘궁금해도 참기’가 제일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런 질문도 해보고 싶습니다.
“너는 어떤 걸 할 때 제일 너다운 것 같아?”
공부를 할 때보다 그림을 그릴 때인지, 친구와 이야기할 때인지, 혼자 책을 볼 때인지, 새로운 것을 배울 때인지.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기 모습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애가 ‘잘하는 것’을 찾으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좋아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충분히 바라보고 있었는지는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ㅎㅎ 고양이들한테 배우네요!ㅋ
예를 들어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자기 관심사에 빠져 있을 때 무조건 “빨리 해”라고 하기보다,
‘지금 무엇에 이렇게 몰입하고 있는 걸까?’
한 번쯤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행동을 그냥 내버려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지요.아 어려워요^^;;; 진짜 고된 수련과정 인정♡ !!
그리고 제가 책보고 연사 강연을 수시로 들어요. 시간 할애를 정해놓고 합니다. 고인물안되려고요.
다만 아이를 하나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그 기준 안에서 보이지 않았던 아이의 장점과 개성을 함께 발견해주는 것.
그 균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양이 학교》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무겁게 ‘자존감’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들의 엉뚱한 행동을 따라가며 웃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고양이는 고양이면 되는 거란다.’
이 메시지가 참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도 꼭 다른 아이처럼 될 필요는 없겠지요.
누군가는 그림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책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중하는 방식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고, 성장하는 속도도 다릅니다.
그러니 부모가 해줄 일은 아이를 끊임없이 다른 고양이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아이만의 모습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마지막에 이렇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너는 어떤 고양이 같아?”
그리고 아이의 대답을 바로 평가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 대답 속에 제가 미처 몰랐던 아이의 모습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고양이 학교》는 ‘훌륭한 아이’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훌륭함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잘해야만 좋은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면서, 부모인 저에게도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우리아이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고양이가 될 필요 없어.
너는 그냥 너답게 자라면 돼.” 라구요. ㅎㅎ
( 내비..도를 닦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