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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
릴리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요즘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전 이고민이 20대만의 고유한질문인줄알았어요!!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새로운 자격과 진로를 고민하다 보니 지금 하는 것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미래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 제게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 책이 《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였습니다.
저자 릴리는 ‘외국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을 떠난 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를 오가며 8년째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해외에서 멋지게 살아낸 이야기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도 아닙니다.
어학연수를 떠났지만 ‘어학연수 대신 겨울왕국 50번 보기’라는 제목부터 웃음이 났습니다.^^;;
계획대로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며 경험을 쌓아갑니다.
호주에 가서는 렌트비로 120만 원을 내고서야 ‘내 방’의 소중함을 깨닫고, 글루텐 프리 잡채를 영어로 팔아보기도 합니다.
길 한복판에서 인종차별적인 말을 듣는 순간도 있었고요.ㅜㅠ;;;
농장 생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농장 일은 싫지만 비자 연장은 하고 싶어서’ 버티고, 만년 하위권 딸기 픽커였던 사람이 어느 날 슈퍼바이저가 됩니다.
잘하는 사람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도 해보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며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보였습니다.

또 ‘3,000km를 달려 다시 멜버른으로 오다’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여행이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보는 일이 아니라 선택하고 움직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일을 경험한 뒤에는 농장 일을 떠나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물류 창고로 옮기고, 결국 사무직으로도 자리를 옮깁니다.
한 방향으로만 쭉 나아간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계속 방향을 바꿉니다.
그래서 ‘플랜 A, B가 안 되면 C라도’라는 말이 이 책 전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계획이 틀어졌다고 해서 인생까지 틀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저 역시 공부를 하나 시작하면 이것이 앞으로 어떤 직업으로 이어질지, 지금 선택이 맞는지, (저도 ^^god의 '길' 요즘 다시 듣고 있습니다)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자꾸 계산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직 경험해보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완성하려고 하니 오히려 현재가 조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릴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과 내가 불안정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목적지가 선명하지 않더라도 직접 해보고, 부딪혀보고, 때로는 그만두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ㅜㅠ...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분명해질 수 있으니까요.
저도 요즘 여러 공부와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그런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림과 책을 좋아하고,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문화적인 경험을 쌓는 과정들이 처음에는 서로 다른 길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각의 경험이 조금씩 연결되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걸 해서 어디에 쓰지?’라고만 생각하기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지?’라고 물어보려고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가 선명하다’는 것도 그런 의미처럼 느껴졌습니다.
직업 하나, 목표 하나가 확실하다는 뜻이라기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러다 보면 미래의 모습은 아직 흐릿해도 지금의 나는 점점 선명해질 수 있으니까요.
《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는 워킹홀리데이의 화려한 순간만 담은 여행 에세이가 아닙니다.

렌트비 때문에 놀라고, 농장 일이 힘들어도 비자를 위해 버티고, 예상하지 못한 일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3,000km를 다시 달려가기도 하는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앞으로의 모든 길을 지금 당장 결정하려 하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일, 새로운 경험을 조금 더 충실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미래가 아직 흐릿하다고 해서 내가 흐릿한 것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인생의 방향은 처음부터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경험이 하나씩 쌓이면서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