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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밥차 - 전쟁의 배고픔을 채워 준 한 끼의 기적 ㅣ 즐거운 그림책 여행 41
양정숙 지음, 신소담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밥차’라는 제목이 처음에는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이 밥 한 끼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삼촌 밥차》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겪은 아이 마르크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마르크의 가족은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떠났지만, 비자 문제로 마르크는 이모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남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시작되고, 평범했던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혼자 남겨진 아이에게 전쟁은 얼마나 무섭고 막막했을까요.
다행히 한국에 있는 엄마가 몰도바 국경에서 만나자고 연락하고, 마르크는 춥고 배고픈 몸으로 국경을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반가운 태극기와 함께 한국에서 온 ‘삼촌들’이 트럭에서 따뜻한 밥을 나눠주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아이가 직접 감당하기는 어렵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건네는 따뜻한 밥 한 끼는 아이에게 아주 구체적인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괜찮아’라는 말보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더 크게 다가오는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르크가 가족과 함께하게 되는 곳은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고려인 마을입니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연해주와 중앙아시아 등으로 이주했던 고려인들의 후손들이 모여 형성된 공동체이고, 최근에는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 교포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 공동체가 이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모습도 책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단순히 ‘전쟁을 겪은 아이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낯선 곳으로 떠나야 했던 사람, 가족과 떨어져야 했던 아이,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공동체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마르크가 “나도 밥차 삼촌들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내가 받은 따뜻함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건네고 싶다는 마음이니까요.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마르크에게 밥차 삼촌들이 왜 그렇게 고마웠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준 적이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단순히 전쟁 이야기를 넘어 나눔과 배려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한 끼의 힘’을 생각했습니다.
배가 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가장 힘든 순간에 누군가가 건네는 따뜻한 음식은 그 사람에게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전쟁이나 난민, 이주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할 때도 이 책처럼 한 아이의 시선에서 시작하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전쟁의 참혹함만 강조하기보다는, 그 안에서도 서로 돕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많아야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따뜻한 밥 한 끼, 라면 한 그릇, 먼저 건네는 말 한마디처럼 작은 행동도 누군가에게는 오래 기억되는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삼촌 밥차》는 전쟁이라는 큰 이야기를 한 아이가 만난 따뜻한 밥 한 끼로 풀어낸 그림책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밥차 이모^^;’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받은 따뜻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 건네볼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읽으며 전쟁과 평화, 가족, 이주, 공동체 그리고 나눔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