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모시 ㅣ 현북스 청소년소설 25
이희준 지음 / 현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단순히 한 편의 추모시를 쓰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추모시》를 읽고 나니 ‘추모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희준 작가의 《추모시》는 시인이 꿈인 평범한 고등학생 박시윤의 이야기입니다. 시를 잘 쓰고 싶지만 마음처럼 써지지 않아 고민하던 시윤에게 어느 날 끔찍한 사고가 일어납니다.
4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그런데 시윤은 심한 몸살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자신이 타지 못했던 배가 침몰했다는 뉴스를 보게 됩니다.
TV 화면을 보며 멍하니 서 있다가 ‘그 배가 어제 내가 탔어야 할 배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은 이 책의 시작부터 강하게 다가옵니다.
더 무거운 것은 그 사고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 2학년 학생 250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입니다.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시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남습니다.

그런데 학교로 돌아온 시윤에게 또 하나의 부탁이 들어옵니다.
연말 교지에 실을 ‘추모시’를 써달라는 것입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아이에게 시를 쓸 기회가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친구들을 위해 써야 하는 시입니다.
무슨 말을 써야 할까요.
‘친구들을 잊지 않겠다’는 말만으로 충분할까요.
좋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추모가 될 수 있을까요.
시윤은 시를 쓰려고 하지만 쉽게 써지지 않습니다.
인터넷에는 사고를 둘러싼 혐오와 조롱의 말까지 넘쳐납니다. 친구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의 언어가 오히려 시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됩니다.
그래서 시윤은 책상 앞에서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는 대신 친구들의 흔적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이 남긴 흔적을 살피고, 유족들을 만나고, 자신이 알고 있던 친구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시윤이 쓰는 시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부분이 저는 특히 좋았습니다.
추모가 거창한 문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을 다시 기억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어떤 아이였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사라진 사람을 ‘사고의 희생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남겨두지 않고 한 명의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

그것이 시윤이 할 수 있는 추모였던 것 같습니다.ㅜㅠ
보는데 세월호가 계속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 지더라구요;
청소년 독자에게도 이 책이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던 평범한 하루가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슬픔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말’과 ‘문학’이 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게 하는지도 보여줍니다.
시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마음으로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학부모 입장에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아이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부모가 빨리 해결책부터 이야기하기보다 그 아이가 충분히 바라보고, 느끼고, 자기 언어로 표현할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감정을 설명하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이니까요.^^;;; 아 어렵습니다. 엄마마음도 잘 챙겨야하구요♡
시윤도 처음부터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친구들의 죽음, 살아남았다는 마음, 사회의 혐오와 조롱, 추모시를 써야 한다는 부담까지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 감정들을 따라가며 결국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중요한 부분처럼 느껴졌습니다.
《추모시》는 소설과 서사시 사이 어딘가에 있는 독특한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주인공 시윤뿐 아니라 소설 자체가 점점 ‘시’에 가까워지는 형식도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슬픔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무거운 소재의 책이지만,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사고와 비극을 인터넷의 짧은 댓글이나 자극적인 뉴스로만 접하는 시대에, 한 사람의 삶을 천천히 바라보고 기억하는 경험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요.
《추모시》는 결국 한 소년이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이야기를 넘어,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추모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름을 한 번 더 부르는 것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오래 기억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쉽게 말하지 않고, 오래 바라보는 것 자체가 추모가 될 수도 있겠지요.

책을 덮고 나니 ‘좋은 추모시는 어떤 시일까?’보다
‘나는 떠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청소년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건넬 질문을 생각하기에도 의미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