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말했어요 ㅣ 다정다감 그림책 33
다비드 칼리 지음, 이만경 그림, 연희 옮김 / 다정다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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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코끼리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자 상황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느 날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재판관은 고릴라이고, 배심원석에도 여러 동물이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특별한 재판에서 증언을 들어야 할 대상은 바로 인간입니다.


‘어? 인간이 재판을 받는다고?’ -0-;;;


이 설정부터 재미있었습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 여러 동물이 차례로 증언대에 나와 인간과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에게는 필요해서 한 일이었고,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던 행동도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의 자리에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이 책의 가장 큰 재미가 바로 ‘입장이 뒤집히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평소에는 우리가 동물을 바라봅니다.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어.”

“새는 하늘을 날아.”

“동물은 자연에서 살아가.”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반대입니다.


동물들이 인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인간이 한 행동을 하나씩 이야기합니다.


그 순간 아이와 책을 읽는 저도 자연스럽게 방청객이 된 기분이 듭니다.


‘도대체 코끼리는 인간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할까?’


‘저 동물은 인간의 어떤 행동을 문제 삼을까?’


‘모든 동물의 이야기를 들은 뒤 인간에게는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


이 궁금증 때문에 다음 장면을 계속 넘겨보게 됩니다.


특히 환경에 관한 책인데도 처음부터 “자연을 보호해야 합니다”라고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여러 동물의 목소리를 하나씩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실제로 책은 동물들의 증언이 모두 끝난 뒤 인간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독자에게 질문을 남깁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저도 조금씩 인간의 자리에서 내려와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편리하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다른 생명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가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자연’에는 누구의 삶까지 들어 있을까?


사람에게 좋은 선택이라면 동물에게도 정말 좋은 선택일까?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는 통합치유를 공부하면서도 ‘관점을 바꿔 바라보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의 방식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 상대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관점을 아예 인간과 동물 사이로 확장합니다.


‘내가 상대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그림책으로 아주 재미있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환경 문제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책 속 재판에 참여해보면 좋겠습니다.


“만약 네가 재판관이라면 어떤 동물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어?”


“인간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어?”


“너라면 인간에게 어떤 판결을 내리고 싶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생명 존중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는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졌을까?”


저는 이 질문이 이 책의 재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환경 그림책이라고 하면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데, 《코끼리가 말했어요》는 ‘동물 법정’이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통해 아이가 먼저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러고 나서 동물들의 증언을 듣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요.


결국 이 책에서 코끼리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코끼리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할 수 없었던 동물들의 목소리이고, 인간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세상을 잠시 다른 생명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초대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저도 괜히 재판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만약 정말로 동물들이 인간을 재판한다면,

나는 어떤 질문을 받게 될까?


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코끼리가 말했어요.

그런데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코끼리의 말을 듣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누가 옳고 그른지를 바로 정하기보다, 여러 동물의 증언을 끝까지 들어보고 인간의 입장과 동물의 입장을 오가며 이야기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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