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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그릇 ㅣ 사계절 그림책
윤정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조금 묘했습니다.
커다란 물그릇처럼 보이는 공간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고 물이 시원하게 솟아오르는데, 제목은 《신성한 그릇》.
‘신성한 그릇이 대체 뭘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알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지만 너무 익숙해서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화장실과 변기^^;;;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요.
윤정미 작가의 《신성한 그릇》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누는 일이 건강한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릇’이라는 재미있는 관점으로 풀어낸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사실 아이에게 화장실 이야기를 하면 “더럽다”, “냄새난다”는 반응이 먼저 나올 수도 있잖아요.
저 역시 변기를 이렇게 유쾌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우리가 먹은 음식이 몸에 들어가고, 필요한 것은 남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밖으로 나오는 과정 자체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데 어른들이 괜히 민망해하며 얼버무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알고 살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자기 돌봄이니까요.
제가 통합치유를 공부하면서 관심 있게 보는 부분도 이 지점입니다. 마음의 건강을 이야기할 때 감정이나 관계에 집중하기 쉽지만, 결국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편안하게 배출하는 일도 건강한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지요.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평범한 사물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입니다.
매일 보는 변기를 ‘신성한 그릇’이라고 부르는 순간, 익숙했던 물건이 새롭게 보입니다.
저는 미술을 공부하면서도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볼 때 새로운 생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자주 느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책을 덮은 뒤
“왜 변기를 그릇이라고 표현했을까?”
“우리 몸에서 꼭 알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매일 사용하는 물건 중 우리가 고마움을 잊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나눠봐도 좋겠구요♡
단순히 변기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몸과 건강, 생활에 대한 대화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실도, 건강하게 먹고 자고 배출할 수 있는 몸도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니까요.
아이와 읽기에는 조금 독특한 소재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평범한 변기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는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역시 그림책은 소재의 경계가 참 넓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성한 그릇》은 아이에게 몸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알려주는 동시에, 어른에게도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화장실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었구나.”
하고 한번 웃게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