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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 호랑이 ㅣ 백유연 지역 특산품 그림책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이작가의 그림책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사랑스러운 그림 속에 계절의 맛과 향이 담겨 있고,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오래 남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만난 《고흥 유자 호랑이》도 제목부터 귀엽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생각할 거리가 은근히 많았던 그림책입니다.
이야기 속 아기 호랑이들은 호랑 산군을 기쁘게 해주려고 오색구름을 타고 달나라로 갑니다. 그곳에서 가져온 감귤을 정성껏 키우는데, 기대했던 감귤 대신 낯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지요. 그 열매가 바로 유자입니다.
처음에는 이 낯선 열매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호랑 산군 역시 유자를 처음 맛보고는 쓰고 떫다며 뱉어 버립니다. 그런데 토끼 신령이 건넨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유자는 그냥 먹을 때와 차로 마실 때 전혀 다른 향과 맛을 보여주고, 나중에는 노랗게 빛나는 등불이 되어 어두운 길까지 밝혀줍니다.
저는 이 장면이 특히 좋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가 처음부터 그려놓은 모습과 실제 아이의 모습이 다를 때가 있잖아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방향을 정해주기도 하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조급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유자를 보고 있으면 조금 멈춰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닐 텐데...
유자는 감귤이 아니었지만 결국 자신만의 향을 보여주었고, 따뜻한 차가 되어 마음을 녹이고, 마지막에는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빛이 되었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기대했던 모습과 조금 다르더라도 ㅜㅠ 그 안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부모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기보다 아이가 가진 고유한 모습을 천천히 바라봐주는 것도 중요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림책을 심리와 치유의 관점에서도 바라보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이 책의 ‘유자’가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람도 때로는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니까요. 어떤 환경에서는 장점이 보이지 않다가도 다른 경험이나 관계를 만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공부와 일을 이어가면서 예전에는 따로라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조금씩 연결되는 것을 느낍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 그림책을 좋아하는 마음, 통합치유와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과정도 지금 돌아보면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하나의 방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우리아이에게도 너무 빨리 답을 정해주지 않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보다
‘너는 어떤 모습으로 자라고 싶니?’
하고 바라봐주는 마음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책 속 유자처럼 우리도 살아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고흥의 산과 마을, 복호산과 천등산 같은 실제 지명과 풍경에 백유연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지역의 이야기가 사랑스러운 호랑이와 유자 이야기로 이어지니 그림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장소와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볼 수도 있겠더라고요.
무엇보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거창한 교훈보다 따뜻한 여운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열매가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녹이고,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
우리의 삶도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당장은 잘못된 방향처럼 보였던 일이 시간이 지나 새로운 길이 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오묘한 인생의 길...
그래서 아이에게도,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조금 더 여유를 주고 싶습니다.

지금 보이는 모습만으로 앞으로를 단정하지 않기!!
유자처럼 시간이 지나 자신만의 향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요.♡ 갠적으로 좋아하는 과일이구요^^ 하핫
상큼한 유자 향기와 귀여운 아기 호랑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의 성장뿐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까지 한결 부드러워지는 그림책 《고흥 유자 호랑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