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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 멍들지 않게 - 92세 정신과 의사 이근후의 부모 수업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잘되기를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좋겠고, 내가 살아오며 겪었던 어려움만큼은 아이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걱정이 되고, 그 걱정은 때로 아이의 삶에 조금 더 깊이 관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이 마음 멍들지 않게》는 바로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우리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무 꼭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온 정신과 의사의 시선이 담겨 있어....
단순히 자녀교육의 기술을 알려주기보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어떤 거리에서 함께해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책에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너무 꼭 끌어안지 말고 물 흘러가듯 아이들을 지켜보고 믿어주세요”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아이를 믿는다는 말은 익숙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믿는만큼 성장한다는데..
애가 믿는도끼에 발등찍힌다고 ㅋㅋ 한이후 더 힘드네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 조금씩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리 알려주고 싶고, 대신 판단해 주고 싶고, 잘못될 것 같은 길에서는 붙잡아 주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책은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부모가 모든 돌부리를 미리 치워준다면 아이는 넘어지지 않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 균형을 잡는 경험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가 자기 방식으로 선택하고, 실패하고,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중2가 된 제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와 지금은 부모로서 느끼는 역할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챙겨줄 수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숙제나 준비물을 함께 확인하고,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알려주고 도와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된 지금은 아이에게도 분명한 자기 생각이 있고, 엄마에게 모두 이야기하지 않는 자기만의 시간과 세계가 생겼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오는 나이도 아닙니다. (ㅜㅠ 극심한 좌절중)
오히려 이제는 공부나 친구 관계, 자신의 시간과 생활에 대해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더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어디까지 기다려줘야 할까 하는 고민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이 다가오는데 아이가 제가 생각하는 만큼 공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지금 조금만 더 하면 좋을 것 같고, 미리 준비하면 덜 힘들 것 같은데 아이는 자기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럴 때 “공부했어?”, “시험 얼마 안 남았는데 괜찮아?”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려고 합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책의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과는 다를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서,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무조건 “왜 아직 안 했어?”라고 묻기보다 “네가 생각한 공부 계획은 어떻게 되고 있어?”라고 물어보는 것이 아이에게는 조금 다른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가 정답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질문해 주는 것입니다.
친구 관계에서도 비슷한 마음이 듭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친구 관계는 아이가 직접 경험하고 배워가야 하는 영역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아이가 친구 때문에 속상해하면 엄마 마음은 당장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하고 해결책을 알려주고 싶어집니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대신 막아주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모든 상처를 부모가 막아줄 수는 없다는 사실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순간은 문제의 해결책을 바로 알려주는 것보다 “많이 속상했겠다”라는 말과 함께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친구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 역시 성장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책이 말하는 ‘지켜보고 믿어준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무관심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아이를 자세히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다림일 것입니다. 필요할 때는 손을 내밀되,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빼앗지는 않는 것. 아이가 넘어질까 봐 항상 손을 붙잡고 걷게 하는 대신,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몇 걸음 걸어볼 수 있도록 곁에서 바라봐 주는 것 말입니다.
저에게 《아이 마음 멈추지 않게》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정답처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부터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위해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불안을 줄이기 위해 아이를 더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중2가 된 아이를 키우는 지금, 저는 앞으로도 수없이 걱정하고 조언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보다 앞서 모든 답을 준비해 주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고, 힘들 때는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지만, 자신의 삶은 자신의 힘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믿어주는 엄마.^^♡
《아이 마음 멈추지 않게》를 읽으며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부모의 모습은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무 꼭 끌어안지 않되 결코 멀어지지 않고, 한 걸음 뒤에서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믿어주는 것. 중2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저에게 오래 남을 메시지를 건네준 책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예방차원에서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