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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면 - 제15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수상작 ㅣ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74
이지연 지음 / 현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랬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요.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예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힘든 일도 없었을 텐데…’
이지연 작가의 그림책 『그랬다면』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제15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수상작인 이 책은 삶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강아지의 삶과 모습을 통해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처음에 그림 속 강아지의 모습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살다 보면 기쁜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든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며 바라보게 되는 것은 ‘힘든 순간이 없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순간들’입니다.

강아지가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습 속에서 삶은 하나의 사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이 책이 삶을 억지로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힘들어도 괜찮아.”
“모든 것은 잘될 거야.”
이런 식으로 쉽게 위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슬픔과 기쁨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삶이라고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제가 찾아보니
작가 역시 힘든 어느 날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했고, 동시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기쁨과 만남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오래 남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과 순간들.

반려동물과의 만남도, 가족과의 시간도, 우연히 마주친 작은 생명도 모두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작가는 반려견과 산책하며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생명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모든 생명이 크기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는 생각을 이 책에 담긴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강아지는 단순한 그림책 속 등장인물이라기보다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지만, 오히려 어른이 읽었을 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으로 갈수록 여백이 커지고, 마지막에는 텅 빈 공간에 바람과 먼지만 남는 듯한 장면이 이어집니다. 그 장면은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삶과 존재의 의미를 오래 생각하게 만들구요.
‘그랬다면’이라는 말은 과거를 돌아보게 하지만, 이 책은 결국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으로 현재를 보게하는것 같아요. 과거현재미래가 흐르고있어서 일까요?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순간도 많고 후회되는 선택도 있지만...
그리고 내가 존재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분명 소중한 순간 하나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해서 아름다운 삶이 아니라,
슬픔과 기쁨을 모두 품고 있기 때문에 삶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하구요.
『그랬다면』은 어린이에게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해 주는 그림책이면서, 지친 어른에게도 조용히 말을 건네는 그림책입니다.

요즘 마음이 조금 지쳐 있거나, 지나간 일을 자꾸 되돌아보며 ‘그때 그랬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 책.
『그랬다면』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아주 조용하고 깊게 전해주는 그림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