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웃런 - 뉴욕 파슨스대 최고 명강의
에린 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1월
평점 :
아웃런 (에린 조)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힘들다"는 말 뿐이다. 겸손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국민성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올해는 단순한 엄살의 수위를 넘은 느낌이 강하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고, 누구나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블로그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아웃런'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소비자 심리에 부합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혁신'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다. 특히나 뉴욕 파슨즈 대학에서 전략디자인경영학과의 에린 조 교수의 오랜 연구 끝에 출간된 책이라 더욱 의미 깊다.
이 책에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혁신의 다양한 전략들과 사례가 등장한다. 특히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비자들은 익숙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브랜드 관리는 구글이나 나이키처럼 큰 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기업들이 브랜드를 살려내고, 이를 키워야 하는 시대이다. '아웃런'에 수록된 사례들 중, 브랜드의 혁신을 이뤄내지 못해 쓸쓸히 사라져간 '코닥'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라이벌 후지의 사례는 개인적으로 추가해 봤다)
코닥은 조지 이스트먼이란 사람이 1888년에 세운 사진의 혁명을 이끈 회사다. 1976년 코닥은 필름 시장에서 90%, 카메라 시장에선 85%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공룡 기업이었다. 그랬던 코닥이 2012년 맨하탄 법정에 파산신청을 낸다. 필름을 넘어 사진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코닥이 디지털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만든 곳이 바로 코닥이라는 사실이다. 코닥의 수뇌부들은 카메라 산업에서 디지털 시장이 커질 것을 누구보다 먼저 예측해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 이는 소니보다 6년이나 빠른 시점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 있었다. 코닥은 경쟁 회사들보다 소극적인 마인드로 스스로 처음 만든 디지털카메라가 기존의 자신들이 선점하고 있던 필름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했다. 코닥은 미래에도 사람들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현상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쩌면 끊임없이 자기최면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코닥은 오히려, 디지털카메라 기술은 꽁꽁 숨겨둔 채, 필름 카메라의 연구 개발에 더욱 몰두했다.
당시 코닥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던 일본 후지필름은 미국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며 시장 파이를 늘려갔다. 코닥은 이런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그저 앞만 보고 달릴 뿐,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일까. 1980년대 후반부터 소비자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시장의 신호를 무시하다가 소니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오자 1990년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헐레벌떡 뛰어든다.
창고 속 깊숙이 숨겨뒀던 15년전 디지털 카메라 기술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경쟁자들과 싸움이 되지 않았다. 필름 비즈니스에 대한 미련과 업계 최고라는 오만함이 코닥을 나락의 길로 인도한 셈이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132년이나 고공 비행하던 코닥의 몰락은 이처럼, 그리 길지 않았다.
반면, 코닥의 라이벌이던 후지필름은 세상의 변화에 맞춰 과감한 변신을 추구했다. 그들은 필름 개발에 필요한 20만 점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제약과 화장품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든다. 코닥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필름의 핵심 재료인 콜라겐을 활용해 화장품을 만들었고, 사진 변색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항산화 물질은 피부 노화방지제로 탈바꿈했다. 또 투명성, 얇은 두께와 일정한 표면을 유지시키는 후지의 기술은 LCD패널의 소재 개발에 활용됐다. 거기에 필름 기술과 디지털 광학 기술을 접목해 의료기기 사업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후지는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코닥의 침몰을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 에린 조 교수는 '아웃런'에서 코닥의 패인을 이렇게 지적한다. "혁신은 미래의 상황을 그려내는 것이고, 미래는 과거 현상의 반복이 아니다. 코닥이 과거 성공했던 모델에 대입해 미래 전략을 짜낸 것은 가장 무서운 오류다. 기업의 수뇌부가 자신들의 가설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면, '미약하지만 중요한' 단서들을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밤잠을 설치는 기업인 또는 임원은 물론이고, 굳이 관리자가 아니라도 개인의 혁신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방안을 어드바이스 받을 만한 의미있는 책이 '아웃런'같다.
|
자녀가 뭔가가 너무 좋아서, 그게 하고 싶어서 잠도 못 자는, 그런 것이 있나요? 이런 열정이야말로 끊임없이 갈구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하며 또 배우고, 도전하게 만듭니다. 열정이 있다면 시간을 투자하고 힘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일이 아니라 '행복'이 됩니다. 이것이 모이면 창의성이 되고요.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창의력의 시작은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경계를 없애는 것입니다. 현재에, 기존 사회가 정한 잣대에 묶이지 마세요.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경험만으로 자녀의 미래를 묶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열정을 일으키고 창의성을 깨우는 첫걸음입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