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사실, 연애소설이란 건 처음 읽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응답하라1994'와 같은 시대의 이야기였는지라 20대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읽다보면 착한 스프, 우체통 등 PC통신 시절의 아리송한 닉네임이란 걸 알게 된다.
주인공 제인(현수)은 아마도 작가 하명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드라마작가라는 공통점 외에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표현해내기 어려운 장면들이 책 속에 아주 세밀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연애소설을 처음 읽는 내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우습게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작가의 사랑의 추억담을 각색한 작품이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를 읽었기 때문인지 누군가의 러브스토리를 엿보는 듯해서 매우 흥미진진했다.
목차를 보다가, '당신들'이라는 챕터가 무려 10개나 나오는 걸 발견했다. 이건 좀 성의없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당신들 속으로 한편한편 들어가보니, 이 책에서 가장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당신들' 속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용서하게 되는 연애의 철학이 담겨 있다.
약방의 감초같은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던 홍아(우체통)의 극적반전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이끄는 요소 중 하나다. 된장녀이지만 주인공 현수의 가장 절친이면서, 그녀의 사랑을 시기하고 결국엔 비극적 결말에 영향을 준다.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감춰두고 싶다.
종이 속에 펼쳐지는 러브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처럼 디테일이 강하다. 역시 드라마 작가의 작품이라 상황들이 영상처럼 쉽게 다가온다.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를 읽어라. 당신의 사랑에 진솔한 충고를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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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벌어졌다. 그 어떤 일은 전부 나쁘거나, 전부 좋거나 하진 않는다. 어떤 일은 아주 최악의 경우라도 그 안을 샅샅이 뒤져 보면 좋은 점이 반드시 있다. 또 어떤 최상의 일도 시간이 약간 지나면 다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배신이 내 삶에 등장했을 때 나는 절망했다. 증오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이를 악물고 용서를 택했다. 그러고 나니 배신이 내게 화해의 손짓을 하면 다가왔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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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