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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평점 :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 손철주 지음 / 김영사
신문사 문화부에서 미술 관련 기자 생활을 하다 평론가 겸 저자로써, 그간의
경험과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를 한 내용 6강을 책으로 엮었다.
그 제목은 ‘옛 그림과 국악의 만남’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옛 그림 속에 옛 소리가 어떻게 녹아 있는지, 담긴 악기들은 어떻게 해서 거기에 놓여있는지의
스토리를 캐 보는 것이 그것.
우리의 오감을 즐기는 것을 위한 창작물로서 존재하는 형태는 여러 가지..
보는 그림과 건축과 조각, 듣는 음악, 만지며 먹는 음식 등이 있을 터인데…
그중에 듣는 음악이 후대에 전달되기가 가장 어렵고, 돌을 다듬어 만든
건축은 수천 년이 지나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오며, 붓과 종이에 그려진 그림과 글은 세월의 풍파에
상하고, 사람들의 사상체제의 변경에 의해 불살라지기도 했다.
그중 만만치 않은 주제인 옛 그림 속에 담긴 음악의 연원을 캐 보는 작업을 했다.
서양 또한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악보를 통해서 교향곡 전체를 이해하기는 음악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했었을 것이고, 듣는다고 해도 음에 대한 절대음감을 소유하지 않는 한 그것을 입으로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아무튼 음은 같이 들리지만, 그림은 조목 조목 짚어주지 않으면 놓치는
사상과 철학이 제법 있다. 모르면 절대 안 보인다는 이야기.
특히나 사상을 그림에 녹여놓은 동양화는 기초지식 없이 들여다 보면 더 이해하기 힘드니 옆에서 누군가 훈수를 두어주어야 이해가 빠르다.
아니면 그 시절로 돌아가서 그 그림을 옆집에 사는 그 그림을 그린 그 선비에게 물어봐야 할일. ㅋㅋ
그 그림 속에 남아있는 다빈치 코드를 찾아서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게 들려준다.
대중 강의는 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눈높이를 살짝 낮춰야 해서 강의 내용이 살짝 얕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전공 공부하듯 깊이 있게 들어가려면 인터넷 강의같은 내용에 의지하기 보다는 전공서적을 열어서 보는 편이라서
자주 접하지는 않는 편인 나다.
하지만 이 책은 강의 내용을 기본으로 했지만 골격과 핵심을 유지하면서 일정한 무게와 높이를 유지하면서 끌고 가서
주목할 대목이 제법 있어 편안하게 읽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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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그림과 음악은 정이 깊다. ‘소리가 나는 그림’이요, 그림은 ‘붓이 퉁기는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림 속에 박자와 가락이
있고, 음악 속에 묘법과 추상이 있다. 게다가 둘 다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
_월하탄금과 같이 거문고가 나오는 그림에는 의외로 줄이 없는 무현금도 제법 있다.
_ 은거한 사람인 은사를 그리면서 다리(외부로 혹은 바깥세상)를 그린 것이나,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모습 등은 참된 은거라 할 수
없다.
_ 독립불구 둔세무민(獨立不懼 遯世無悶) – 홀로
서 있으되 두려움이 없고, 세상을 벗어나도 걱정이 없도다.’
_ 조선시대 화가 중 3대 미치광이
– 호생관 최북, 수월헌 임희지, 오원 장승업.
_ 조선시대 양학법은 일단 산에서 그물 등을 이용해 학을 잡아 가두고는 배를 쫄쫄 곯린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이놈이 날지 못한다. 기력이 쇠한 것. 풀어놔도 못난다. 이때 가위로 학의 털을 자른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학들의 꽁지가 길지 않다. 어깻죽지나 날개에도
털이 별로 없다. 그러니 이놈이 버둥대며 못 나는 것. 그때부터
마당에 풀어놓고 기르는 것. 학을 춤추게 하는 방법도 기술되어 있는데 너무 모질어서 말 안 하렵니다..
_ <<예기>>의 <악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악은 같음을 추구하고, 예는 다름을 추구한다.” 우리에게 예절이 필요한 것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왜 같음을
추구하는가? 상친이다. 서로 친해지려고 같은 음을 추구하는
것. 서로 친해지는 것이 음악. 반면에 예에서는 다름이고
상경이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공경함이 예이다. 이렇게 <악기>편에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다.
_ 애이불상 낙이불음(哀而不傷 樂而不淫 ) “슬퍼하되
마음을 다쳐서는 안 되고, 즐거워는 하되 음한 데로 가면 안 된다.
“즐거움이 지나치면 음탕하게 된다. 극걸 말하는 것. 음악이
절제를 만나서 예가 되고, 예가 조화를 이루어 음악이 된다는 것.
_ 백안시는 중국 삼국시대의 죽림칠현에서 나왔고, 그 반대말은 청안시.
_ 잉어는 등용문. 황하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거꾸로 올라가는 잉어는
용이 된다고 했다. 어변성룡, 잉어가 변해서 용이 된다 그래서 등용문이라고 한 것, 과거에 급제한다는
말. 그 등용문의 헌걸찬 존재가 바로 잉어. 뒤따르는 피라미는
벼슬을 하기 전에 과거 공부만 하는 딸깍발이 서생.
_ 지음은 중국 춘추시대 때 백아와 종자기라는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 물을
생각하고 백아가 거문고를 연주하면 강물이 넘실댄다고 듣고, 산을 연주하면 산을 눈앞에 떠올린다고 한데서
유래
_ 옛날 사람들은 개를 지칭하는 용어가 여러
개. 황구 하면 누런 똥개, 그런데 한자로 많이 쓰던 단어가 ‘집 가(家)’자에다가, 개 견 변이 있는 ‘노루 장(獐)자. 개자를 이렇게 가장(家獐), 집노루라 불렀기 때문에 보신탕을 일컬어 ‘개장국’이라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장국이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이 이야기가 그 중 신뢰할 만하다.
_ “피서풍류는 경북해라, 여름날 더위를 쫓는 최고의 풍류는 바다를
기울일 만큼 마시는 술이다.” 북해는 중국 후한 말기의 공륭이 태수를 지낸 땡으로 그 사람이 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북해’라고 하면 술을 연상하게 된다.
_ 단원(檀園), 무슨 뜻인가? 중국 화가의 호를 따온 것이지만, 원래 뜻이 박달나무가 있는 동산이라는
이야기.
_ 설리적(雪裏炙)은 눈 속에서 고기를 굽는다는 의미.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서 아주 약한 불에 구운 후 육즙이 마를 때쯤 눈 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끄집어내서 다시 약한 불에 구워서 먹는 것. 겨울에 여유
있는 친구들이 즐기는 풍류 음식 중 하나.
_ 금강안 (金剛眼)은 옳고 그름을 가리고 아름답고 추함을
단번에 알아내는 눈, 금강역사 같이 추함을 단번에 알아내는 눈을 말한다. 혹리수(酷吏手)는 혹독한 세리(세관)의
손을 말한다 아무거나 설렁설렁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치밀하게 파헤치는 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상에 세금쟁이만큼 혹독한 손이 없다.
_미술품에 대해 제일 많이 아는 이들은 화상이다. 끊임없이 현물을 보기
때문, 연구자들은 현물보다 사진을 더 많이 본다. 평론을
한다고 하지만 사진에 더 많이 의지한다.
_ 술은 ‘망우물 (忘憂物)’, 즉 ‘물건’이고, 차는 해번자 (解煩子) 즉 ‘번뇌를 풀어주는 귀공자’
_ 혼자 마시는 차에 이름이 있다. 술은 혼자 마시면 독작, 차는 이속(離俗). 둘이 마시는
술은 대작, 둘이 마시는 차는 한적.우리는 대부분 이속과
한적을 모르고 독작과 대작을 알 뿐이다. 세명이 마시는 술은 ‘품배 (品杯)’, 셋이 마시는 차는 ‘유쾌’라고 하는데 이미 고요한 차 맛은 사라지는 것.
_ 찻물이 끓는 물에도 이름을 붙임 저온의 작은 물방울은 게의 눈 해안(蟹眼), 좀 더 커지는 것은 세우의 눈 하안(蝦 眼 , 물방울이 굵어지면 어목 (魚目), 막 끓기 시작하면 용천연주(湧泉連珠), 마지막으로 부글부글 끓는 것은 등파고랑 (騰波鼓浪)
_ 영조가 재위 50년 동안 술을 못 마시게 했다. 그때 금주령이 얼마나 지엄했냐 하면, 병마절도사가 매일 술에 취해
있더라고 어느 선비가 상소를 올라지, 영조가 함경남도 병마절도사 윤구열을 직접 심문해서 실토를 받아내고
그 자리에서 참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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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 손철주지음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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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두 달 동안 재계
CEO들을 대상으로 옛 그림과 옛 음악을 공부하고 감상하는 강연을 기초로 엮은 책으로서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편안하게 읽어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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