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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평점 :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삶을 쓰다듬는 위안의 책
철학책이라는 경직되고 긴장되었던 마음은 프롤로그에서 녹아집니다. 철학자인 저자의 글은 시인의 향기와 감성이 물씬 느껴져 부드러운 바람과 따쓰한 햇살, 내리는 비와 눈, 어떤 계절이라도 낯설지 않은 날씨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 정서와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우리는 날씨에 따라 변하고 움직입니다. 날씨를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떠한 날씨 앞에서도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결코 날씨를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날씨가 오히려 인간을 만들고 인간의 역사와 생각, 철학까지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생각과 마음의 날씨입니다.
저자는 ‘내마음은 어둠속에서도 햇살처럼 켜져야 하며, 가뭄 속에서도 그토록 좋아하는 빗소리가 울려 퍼지는 우산 아래의 원형 극장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 모든 변화는 생각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생각의 눈은 삶에서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아주어야 한다. 삶의 구석구석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삶에 햇살을 찾아주는 것도, 가뭄속에 간직된 비 향기를 기억해 내는 것도 생각의 노력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합니다.
책은 사고의 흐름에 따라 1부 반복되는 과거와 질병, 우울, 자기기만 등 아픔을 이겨내고 성숙할 수 있을지에 대해, 2부에서는 세상을 견뎌내기 위한 지혜를, 3부에서는 일상 가까이 우리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것들에 대해, 4부에서는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순간을 새로이 되새기는 행위, 삶의 시작과 끝을 새로움으로 돌려주는 축제의 이야기까지 저자는 주제에 맞게 콕 집어 핵심만을 잘 이야기해 주어 깔끔하면서도 심오하게 파고듭니다.
무겁게는 철학과 문학, 예술에서부터 일상을 이루는 작고 소소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혼밥, 산책, 바보, 피젯스피너에 대한 이야기, 관심있게 본 바보와 천재, 쓰레기 등의 주제는 시각을 전환시키고 기존의 관점이 한계를 넘어서게 됩니다.
해답을 제시해도 질문이 가진 의도와 숨은 뜻을 알지 못하면 답을 이해할 수 없고, 문제앞에서 허덕이며 해결하는 입장이 아닌 문제를 발명하는 입장에서 또는 다른 반대의 질문을 통해, 반복 속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밝혀줍니다. 성숙된 사고를 통해 사고의 폭이 넓어지면서 세상의 크기도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설명에 차분히 읽게 되고 철학적인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잘 차려진 수십첩 반상의 다양한 찬들을 하나하나 씹고 음미하며 그 순수한 맛을 느끼는 만족감에 빠져 지루하지 않고 매번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양한 사람의 세계는 한없이 넓고 나의 길은 타인의 길과 같지 않습니다. 타인에게서 나의 길을 찾지 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은 타인과 세상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많은 질문들을 통해 좁은 시각으로 마음대로 규정해버린 것들에 새로운 눈이 떠지니 그제서야 좁았던 시각과 관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이유도 찾게 됩니다.
인상깊은 문장들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1부 우리는 성숙할 수 있을까 중
남들이 찾아낸 해답이 자기 자신에게도 꼭 맞던가? 얼마간 참고는 될지 몰라도 결코 자신을 위한 해답은 되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해답이란 그 해답을 얻어낸 질문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활짝 핀 꽃송이를 꺾어 가지듯 해답만을 똑 따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해답이란 문제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과이다.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해답의 범위와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는 각자가 앓는 저만의 질병처럼 각자의 삶으로부터만 피어오른다.p.22
2부 세상을 견뎌내기 위하여 중
천재가 새로운 규칙을 강조해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면, 바보는 그 순수성으로 세상에 통용되는 규칙과 가치를 무력화해 세상을 텅 비워낸다. 둘 다 세상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길을 연다. 결국 바보와 천재는 서로 전혀 다른 인물들이고 전혀 다른 길을 가지만, 궁극적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p.111
3부 위안의 말 중
산책에는 삶의 중요한 진실이 있다. 산책에는 단조로움과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달리 말하면 반복과 반복을 통해 얻는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늘 똑같은 길로 들어서지만 그것은 늘 새로운 하루이다. 이것이 일상의 구조 자체라는 것, 반복이 새로움의 조건이라는 것은 산책의 귀중한 동반자인 우리 집 강아지가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매번의 산책이 세상에서의 첫날인 것처럼 구름이는 너무 신나서 걸어간다. 산책이 그렇듯 반복이 새로움이 아니라면, 일상은 그저 형벌일 것이다.p.180
4부 예술과 세월과 그 그림자 중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친지들에게, 젊은이들에게, 학생들에게, 그야말로 가능성 자체로서 자신의 현재를 시험해보는 이들에게 더 큰 관심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제 자신의 가능성이 아닌 타인의 가능성을 돌볼 시간이 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시간을 되찾는 길이 아닌가? (…) 인간은 수전노처럼 자신만의 시간을 마지막 동전처럼 움켜잡고 홀로 죽지 않는다. 타인이 누릴 미래를 자기의 미래처럼 돌보기에 인간에게 시간은 무한한 것이다. 이웃에서 이웃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미래는 불멸의 고리를 만들며 전진한다.p.298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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