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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알고 있던 베토벤에 대한 상식—청력을 잃고 괴팍한 성격으로 살아갔다는 일화—을 넘어, 베토벤의 스승, 가족사, 그의 피아노, 악보 판매와 공연 등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특히 베토벤이 지휘한 공연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그의 집이 어지럽고 불편했던 모습들은 그가 위대한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음을 보여줬다.
책은 100개의 짧은 장면으로 베토벤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예를 들어, 베토벤이 철학자 괴테와 산책을 했다는 사실이나, 쇼팽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슈베르트는 무한히 존경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더불어 당시 베토벤의 주변 인물들—유명한 음악가들—이 등장하면서 책은 그 자체로 음악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돕는다.
베토벤이 참여한 즉흥 피아노 배틀에서의 이야기는 특히 나를 감동시켰다. 악보를 뒤집어 한 손으로 연주하며 즉흥적으로 풀어낸 그 장면은, 음악적인 천재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곡의 구성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감정과 해석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지닌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연주자들에게도 큰 의미를 주며,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더 깊은 이해와 표현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 61의 이야기는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곡은 베토벤이 다시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지 않게 만든 곡이었지만, 결국 한 아이의 연주로 그 곡의 진가가 발휘되고, 전 세계에서 연주되는 레퍼토리가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엘리제를 위하여>, <장엄미사>, <월광 소나타>, <비창 소나타> 등 유명한 곡들에 얽힌 이야기도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베토벤의 음악을 그저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의 삶과 음악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된 음악을 들으면서 마치 내가 베토벤의 시대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가 살아온 방식과 그가 남긴 예술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이 책은 베토벤이라는 거장을 알고 싶고, 그의 음악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