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름 - 개정판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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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인간 파멸의 끝을 보여주었다.
내리쬐는 햇빛, 좁은 집 안에 널브러진 여성, 남성, 아이.
핏빛으로 얼룩진 그 광경은 머릿속에 멈춰 섰고, 검은 화면과 함께 영화는 끝났다.

일본은 사회복지 제도가 잘 갖추어진 나라다.
하지만 제도가 이상적으로 운영되는 현실이 과연 있을까?

소설에는 엉터리 수급자들이 등장한다.
아들이 있음에도 없는 척 돈을 받는 노인, 거짓 서류로 수급을 받아내는 남자.
이런 이들에게 세금이 쓰인다고 생각하면, 제도에 대한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반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들도 있다.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끝내 목숨을 끊는 여자처럼.

정신적으로 불안한 이들에게 돈만 주는 것으로 충분할까?
심리 상담, 구직 지원 같은 적극적인 도움은 필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장 마음 아프다.
법적 보호 안에 있지만, 실상은 방치되어 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미소라'는 그런 현실을 대변한다.

가장 슬펐던 건, 친절하고 꼿꼿했던 마모루의 타락이었다.
착하고 순수했던 그가, 강요와 배신 속에 약에 의존하게 된다.
그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
쉽게 얻으려는 자들이 문제인가,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가 문제인가.

책장은 닫혔지만, 영화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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