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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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곳곳을 떠도는 효원과 요괴 사로의 여정은 마치 오래된 설화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세상을 알고 싶은 소년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요괴가 함께 마주하는 사건들은 단순한 괴이함을 넘어 인간의 감정을 조명한다. 금도깨비의 실종을 시작으로 날개 달린 아이, 목각 인형, 도깨비불까지, 그 기묘한 이야기들 속엔 오해와 그리움, 두려움과 사랑이 깃들어 있다.

그 중 <차오르는 술잔> 편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손톱을 먹고 따라하는 쥐’라는 소재가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했고, "세상에 공짜 술은 없다"는 말은 뼈 있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로는 효원과의 여정을 통해, 자신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느낀다. 그 마음이 이 이야기를 더 깊고 따뜻하게 만든다. 『기기묘묘 방랑길』은 이상하고도 다정한 이야기다. 상처와 위로, 우정이 차분하게 스며드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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