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오마카세 ㅣ 한국추리문학선 20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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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오마카세가 일본어로 적혀 있어 일본이 배경이거나 일본 추리소설 느낌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한국적이었다.

CCTV 분석, 알리바이 조사, 현장 검증, SNS 정보 수집, 국과수 공조를 통해 범인을 찾는다.
혼자서 숨은 단서를 찾아 나가고 이어 범인을 찾는 탐정물과는 확실히 다르다.

건물주의 사망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 중 발견되는 의심스러운 정황들.
게다가 또 한 번의 살인.
무송 빌딩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라.

흔한 결말이 아니다. 살인 사건치고는 훈훈한 결말이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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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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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 속에 숨겨진 기묘한 불온함이 엄습해 온다. 묘하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정상인지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부자연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다. 가히 기껍다.

광적으로 덕질하는 자와 탈덕 후에도 남는 잔상의 기분, 한국인 부모에게 태어나 미국 사람으로 산 자의 시위 참가기, 모시던 신이 떠난 무당, 고문실을 완전히 인간적이고 잔인하게 설계한 건축가, 스타트업에서 쉽지 않은 조원들과 함께하는 TF, 시아버지와 경쟁하는 육아 이야기를 담았다.

너무 내 삶에 붙어 있는 이야기들에 하나씩 끼어 있는 불편한 소재들. 그런데도 끌리면서 공감되는 이중적인 느낌을 받았다. 단편이 선사할 수 있는 문단이 끝나고 남는 임팩트. 이게 너무 좋았다.

'긁혔다'와 '킹받는다'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읽었다. 봐야 안다. 이 느낌.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받은 가제본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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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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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키우스가 이제서야 다 본 것이냐는 듯한 표정을 하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졸라 재밌지?"
이렇게 짜임새 있고 탄탄한 책이라니. 평범하다면 평범할 일상 속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기쁨과 희망. 이 책은 이를 다 담고 있다.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들과 이를 수집하는 청소 도우미의 이야기다.
자신을 그냥 청소 도우미일 뿐으로 취급하는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재니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여동생과도 멀리 살고, 남편은 한없이 무능력하고, 자식과는 서먹하다. 이러한 우울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이야기 수집이라는 은밀한 취미를 갖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편의 책처럼 저장해서 기억한다.

매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B 부인을 만나고 '베키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일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청소를 아주 잘했어'로 정리되지 않을 그녀의 여정을 함께 해 나간다.

청소하러 가는 집 사람들과의 각별한 우정, 특히 B 부인과 재니스의 유대감, 지리 선생님을 닮은 버스 운전사와의 새로운 시작, 여동생과 아들과 개선되는 관계, B 부인이 들려주는 베키 이야기, 사랑스러운 반려견까지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왜 이 책을 그토록 예찬했는지 읽는 내내 공감했다.

재니스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죄책감으로 평소 자신감 없고 소심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얄미운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한마디씩 쏘아주고 농담을 받아치는 모습을 보면 당당하고 활기찬 면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픔을 극복해 나가며 점차 활달해지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절로 행복한 웃음이 난다.

외국 소설들은 번역체 때문에 읽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 책은 정말 잘 읽힌다. 특히 '그래그래그래 부인', '아니아니지금안돼 남편'과 남편의 문자에서 틀린 맞춤법은 번역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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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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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 지지를 얻어 수상한 소설 <그 개와 혁명>은, 이상문학상의 권위를 직감적으로 인지하고 있었으나, 수상작 및 작가에 대한 탐색은 미흡했던 부분을 이번 기회를 통해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수상작 목록과 작가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그 개와 혁명>은 장례식장이라는 엄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개의 등장으로 인한 혼란)을 묘사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애도의 공간에서 웃음이라는 요소가 발생하는 역설적인 상황은, 깊은 슬픔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웃픈(비극적이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작품의 수상 배경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웃픈 상황 설정이 극찬받는 이유임을 명확히 인지했습니다.

(아버지를 '태수 씨'라 칭하는 부분에서부터 작품의 독특함이 드러납니다.) 아버지인 태수 씨의 장례를 준비하는 딸들의 모습을 통해 세대 간 갈등, 혁명에 대한 인식 차이, 죽음에 대한 태도, 그리고 환자 간병 과정에서 가족이 처하는 상황 등 다층적인 의미를 짧은 단편 소설 안에 효과적으로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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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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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한함 속에서 기억의 소멸은 삶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축복이라는 말씀을 접한 바 있습니다. 삶의 과정 속에서 경험하는 기쁨, 즐거움, 고통 등의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미해졌다가 때때로 떠오르곤 합니다.

30여 년의 삶에도 불구하고 기억의 파편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70년의 삶을 재구성하고 되짚어보며 후회와 기억, 망각을 반복하는 이마치의 삶의 무게와 깊이가 절실히 와닿았습니다.

기억, 사랑, 반성, 자기 용서에 대한 성찰을 해봅니다.

소설 주인공 이마치는 배우로서의 삶에 매진하던 중 가족과의 불화 및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단절을 경험하고, 알츠하이머로 인해 자아 상실을 겪습니다. 기억 고착화 치료 과정을 건물 층수로 형상화한 묘사는 깊은 슬픔과 허망함을 자아냅니다.

비록 배우는 아니지만,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아'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이러한 은유를 통해 자기 성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층, 10층, 그리고 더 낮은 층의 저는 현재의 저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또한, 40층, 50층, 더 높은 층의 저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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