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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평점 :
『체인 갱 올스타전』은 잔혹했고, 피로했고, 안타까웠다.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흉악범들이 생존 게임에 참가해 3년을 버티면 사면을 받는다. 사람들은 이 싸움에 열광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그 장면을 소비한다. 전투 장면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고 큰 규모의 화려한 구성이나, 나는 그 장면들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마치 투우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삼는 이 시스템은 끝내 나에게는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 이런 감정을 쥐어주는 것을 의도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은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링크’라는 이름의 죄수들은 서로를 죽이는 데스매치에 참여하고, 살아남으면 자유를 얻는다. 겉으로는 교화 프로그램이지만, 실상은 기업의 수익 창출 도구이자 대중의 오락거리다. 죄수들의 삶과 죽음은 숫자로 환산되고, 상품이 된다.
주인공 서워는 “블러드 마마”라는 자극적인 별명 뒤에,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고민하는 인물이고, 스택스는 자신을 강간하려 한 가해자를 죽인 후 죄수가 된 사람이다. 이들이 범죄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독자는 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이들이 죄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감정을 박탈당해야 하는가? 반대로, 이 데스매치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고 해서 자유를 얻는 것이 정당한가?
이들은 흑인 여성이고, B3의 참가자들 다수 역시 유색인종이다. 작중에서 직접 언급되지 않아도, 이 구성은 계속해서 누적되며 무게를 만든다. 흑인이 감옥에 더 많다는 통계, 그리고 그들을 더 쉽게 오락의 소재로 삼는 현실. 이 소설은 ‘범죄’보다 ‘정체성’이 더 큰 죄가 되어버린 사회를 비판한다.
또한 ‘인플루언스’라는 고통의 처벌을 통해 죄수들이 자발적으로 데스매치에 참여하게 만드는 설정은 깊은 분노를 자아낸다. 이 세계에선 죄와 형벌, 인간성과 존엄 모두가 상품화되었고, ‘정의’는 기업의 수익 모델로 전락했다.
『체인 겡 올스타전』은 배틀로얄식 자극에 디스토피아적 깊이를 더한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의 윤리와 양심에 직접 질문을 던져 파문을 일으킨다. 읽고 난 뒤 마음이 불편하고 피로하다면, 그것은 작가가 의도한 효과일 것이다. 유쾌하진 않지만 죄와 처벌, 오락과 인간성 사이의 경계에서 오래도록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