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푸른 사과처럼 무사해 교유서가 시집 1
소후에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시집을 잘 읽지 않는다. 오글거리거나 도통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시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집은 정말 확연하게 달랐다. 제목부터 딱 취향에 맞았다.

무한한 시간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정함, 쓸쓸함, 고요함, 후회, 기쁨, 추억 등 많은 감정들이 툭툭 튀어나오며 감성을 자극한다.

시집과 거리가 멀다면, 시집과 친해지는 추천작으로 매우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소한 취향 - 교유서가 소설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
나는 동생이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형을 개로 만들면 아버지도 개가 되고, 나도 개일 수밖에 없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역겹지만, 연연범이란 겨우 이런 것에 불과하다."

이 책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형을 개로 만들어버리며 열린다. 처음엔 형제 싸움이구나, 사소하게 툴툴거리는 동생의 입장이겠거니 했는데, 곧 형을 등쳐먹는 악랄함이 드러난다. 그리고 형이 오히려 자비로운 모습을 보이며 아주 오묘한 모순을 만든다. 딱 이 글이 김학찬 월드 입장권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 글은 엄격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신나게 수다 떠는 사람 같다. 이를테면
"띄어쓰기까지 하고 마침표까지 찍은 잘 들어가라.가 생각거면, 고마워!나 건강해♥ 는 프러포즈겠네."
이렇게 쉴 새 없이 중얼거리는 말투로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끌어낸다.

<프로포즈>편에서는
"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 소설가가 등장하는 소설은 질색이다."
라는 문장이 시작을 연다. 소설가가 등장하는 소설은 질색이라면서, 화자는 소설가다. 게다가 여기서는 하루키가 나온다.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하루키는 정확하게 자신이 마신 술값만 내고 갔다.
새로 나온 소설도 주지 않았다."

이렇게 실명을 거론해도 되나 싶었다. 하루키가 언급돼서 그런지 몰라도 『빵가게 재습격』이 떠올랐다. 의도했을까? 분위기는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김학찬 작가의 결이 훨씬 익살맞고 능청스럽다. 이 편은 실제와 허구, 실명과 거짓말을 자유롭게 섞어 독자를 몰아세우고, 마지막엔 달달하게 매듭짓는다. 가장 마음에 든 편이다.

이 책에는 소설가, 혹은 소설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농담 섞인 비판이 종종 등장한다.
"이걸 진심으로 소설이라고 썼습니까?
어디서 본 소설을 대충 흉내낸 것에 불과함 / 밥에 콩 좀 넣지 말라고!"
"파급효과 및 기대효과를 쓸 때는 난감했습니다. 기록이나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해야 하는데-새삼 이제 와서 문학은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또 써도 괜찮을까요."
이런 식이다.
본인을 까며 우스꽝스러운 위치에 두면서도, 동시에 ‘소설’이라는 형식을 자꾸만 상기시키고 비틀어놓는다. 읽는 입장에서는 계속 가볍게 웃다가도 깊어지는 순간이 온다. 오락가락한 기분이 꽤 즐겁다.

작가님이 책을 읽는 나를 몰래 보며 능글맞게 웃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름기 - 김학찬 유고 소설집 김학찬 유고집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먼저 다가온 주제는 대한민국의 ‘교육’이었다. 〈모범택시를 타는 순간〉은 부유층 자녀의 과외를 맡으며 시작된다. 똑같이 생긴 아들을 대신해 문학시험을 대신 치러 달라는 요청, 그 앞에서 양심을 지키기엔 돈이 너무 컸다. 결국 ‘모범택시’를 타듯 달려드는 모습은 씁쓸하다. 〈1 2 3 4 5〉는 시험 강박에 시달리는 아이가 시험지를 뜯어먹는 장면으로 기괴하고도 날카로운 풍경을 그린다. 〈영재〉는 이름 때문에 영재교육을 받고 기존 교육을 거부하다가 결국 치료라는 선택지에 다다른다. 하나같이 우울한 결말이 능청스럽게 따라붙는다. 슬프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지 않을까.

다음은 ‘무능력한 부모’다. 〈은이와 같이〉와 〈구름기〉는 부모를 향한 원망과 그리움이 교차한다. 차갑게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이상적인 부모 자식 관계를 제외하면, 어쩌면 이 불완전한 모습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0촌의 관계야말로 가장 어려운 관계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타작〉과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는 직장과 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교회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는 다소 드라마적이었고, 직장인의 비밀을 커뮤니티에 올리는 이야기는 현실적이면서 씁쓸했다. 전자는 이 책에서 드물게 조금은 바깥에서 바라본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난해했던 것은 〈미당시문학관〉이다. 다른 편들이 비교적 선명한 길을 따라갔다면, 이 편은 표지판이 계속 사라지는 글 같았다. 한참을 헤매야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작가 본인이 직접 등장해 글쓰기와 현실, 이상과 곤궁을 오묘하게 섞어낸 탓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이것이 유고 소설집이라는 사실이 유난히 슬펐다. 이렇게 가까이 속삭여주듯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그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책으로라도 다시 작가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숏폼력 : 숏폼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라 - 숏폼 전도사가 알려주는 숏폼 커머스의 비밀
윤승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긴 콘텐츠를 그저 잘라서 토막 내면 짧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매력이 없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숏폼 생태계가 어떠하고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여러 혼재된 정보들 속에서 깔끔한 해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을 것입니다. 왜 만들어야 하는지, 어디에 올려야 하는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편집법 등 아낌없는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숏폼으로 부업을 원하는 분들에게 필독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큼하고 청량한 표지와 제목으로 첫인상은 상큼 아련함이 느껴지는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웬걸, 너무나 반대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인 느낌.

차별과 혐오의 세상. 남을 비난하고 헐뜯어 나를 증명하는 아이러니. 다름을 참을 수 없어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태도.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표현했다. 이런 사회에서도 사랑은 있다. 서로에게 관심과 마음을 주고, 표현하면 그것이 같은 성별임이 무엇이 문제일까.

소설이 주는 메시지를 잘 생각해보며, 오늘 하루도 타인에게 비난과 멸시를 주지 않고, 더 따뜻하게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다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