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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 - 미국인의 회고록
키에스 레이먼 지음, 장주연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9월
평점 :
미국에서 살아가는 흑인들, 특히 덩치 큰 흑인 남성. 그들의 삶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가.
덩치 큰 남자가 마약을 강매했다는 백인 학생의 말을 들으면, 우리는 그 남자를 자연스레 흑인으로 상상하지 않는가. 밤길에서 체격 큰 흑인 남성을 마주하면 주저 없이 지나갈 수 있는가. 여성으로서 차별에 예민했던 내가 흑인 남성에 대해 편견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헤비>. 무겁다는 말의 모든 층위가 담긴 책이다. 사랑을 구했지만 폭력에 노출됐던 아이, 학교와 사회에서 차별을 견뎌야 했던 키에스의 삶은 ‘안타깝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그는 영웅이 아니다. 폭식과 다이어트를 반복하고, 훔치고, 도박과 중독에 흔들린다.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흑인을 순결한 피해자로 그리지 않는다. 결함과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나아가려는 ‘인간’을 보여준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다시 나아가려는 마음. 그것은 흑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잘못을 직시하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용기다.
인종차별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알았다는 말은 얼마나 쉽게 자기 위안이 되는가. 이 책은 ‘앎’과 ‘느낌’의 간극을 직면하게 한다.
그래서 읽어야 한다. 들여다봐야 한다. 두려움과 분노, 사랑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체험할 때, 우리는 비로소 부끄러워하고 변화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의 무게를 이해하며 걷는 세계.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