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엄마들
조지은 지음 / 달고나(DALGONA)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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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엘리트 교육의 성지 강남 8학군 금묘 아파트에서 고양이 수염이 실종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기 위해 탐정이 나섰고, 아파트 입주민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읽으면서 풍자적 내용에 웃을 수만은 없었다. 현실에도 이렇게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금묘 조리원부터 시작되는 자녀 교육기. 명문대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더 고생이다. 물론 아이들도 함께 고생하지만.

경력 단절 여성, 시어머니를 모시는 직장인 여성, 지방대 출신으로 무시당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여성들의 엄마로서의 고군분투. 소설에서는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결말을 보여주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SNS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과의 비교가 더 쉽고 가까워진 것 같다. 이런 사회에 살면 목표로 하는 본질보다는 이상과 허구를 따르려 하고, 보이는 것에 치중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게다가 이 금묘 아파트에서는 '몇 동 몇 호 아이가 몇 등이더라', '몇 동 몇 호 엄마는 울트라 슈퍼맘이다'가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울트라 슈퍼맘, 슈퍼맘, 돼지맘이라니. '엄마'라는 존재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지적 능력으로 평가하는 말을 보니 씁쓸해진다.

아직 아이를 키우지 않아 부모의 감정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부모들이 아이 학업에 대해 집착하는 것을 많이 본다. 부모님의 안락한 보호와 경쟁의 스트레스 속에서 대학만 가면 끝나는 세상이 아니거늘. 부디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더 열린 세상에서 바라는 바를 성취하며 살기를.

마지막 탐정의 경력까지 거짓이라는 점에 맥이 빠졌다.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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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악의 교전 1~2 세트 - 전2권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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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 있나. 책을 읽는 동안 느끼는 얼얼한 감정, 쭈뼛거리는 소름. 참혹한 잔상과 까마귀 날갯짓, 그리고 모리타트 휘파람 소리.

책 표지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닫았는데도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

새벽 1시.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서늘함이 더해진 채로 책을 닫았다.

사람 목숨을 게임 정도로 여기는 잔혹함, 상대방을 구슬리고 통제하는 언변, 스마트하고 깔끔하며 연습된 웃는 표정이 어우러져 주인공을 정말 최고조로 섬뜩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나만 아는 이기주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배타적인 감정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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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자는 죽어주세요
프리키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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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매우 흥미롭다. 인면충과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한국형 [로키] 같은 느낌이다. 세계관도 넓고, 작가님 전작 소설을 좋아했다면 분명 즐겁게 볼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인데, 문체가 나랑은 조금 안 맞았다. 좀 더 부드럽거나 편안한 느낌의 문체를 좋아하는지라 취향을 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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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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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확 눈에 띈다. 아름다운 소녀와 거울. 무슨 책일까 궁금함을 자극하는 검은 책을 열었다.
구성이 신선했다. 이모가 남기고 간 유작을 담당 편집자가 읽어 보라고 전해 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모의 소설이 쓰여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담당 편집자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특정 부분이 삭제된 것 같다고. 그리고 소설 부분 부분 읽으면서 이상한 점이 없는지 물어본다. 아, 모르겠는데. 복선이 뭘까. 역시 편집자는 다르다.
소설 내용은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 재회하고, 이들과 내 직장 동료가 친해진다. 이내 뭉쳐 과거 사건을 조사한다. 책의 인물 성격과 묘사가 확실하여 캐릭터성을 강하게 보여 준다. 실제 인물이 살아난 듯 머릿속 세상에 담겨졌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이야기는 적지 않겠다. 이 소설의 묘미니까. 나는 반전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숨겨둔 진실이 나오는 순간 느껴지는 쾌감은 독서를 더 자극한다. 반전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들겨 맞아 뒷목이 얼얼한 느낌이 있는가 하면, 차가운 공기에 있다가 따뜻한 물에 들어가는 듯한 노곤한 느낌이 있다. 이 책은 후자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좋아한다. 취향에 꼭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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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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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보고 귀여운 고양이와 따뜻한 색감에 홀랑 반해버렸다. 나는 일단 고양이 집사로서, 세상에 고양이는 모두 사랑스럽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모시고 있는 고양이는 성격이 좋지 않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인간을 업신여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점이 더 좋다. 자유분방하고 아무 생각, 고민 없이 살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모시고 싶다. 고양이라는 생명체는 특이하다. 나에게 이런 감정을 줄 수 있는 생명체가 또 있을까.

아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을 크게 공감할 것이다. 키우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겠지만, 키우는 사람들은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거대 고양이가 나타나 고양이의 삶을 살지 묻는다. 'O'에 표시한 사람은 고양이가 된다. '뭐야! 말도 안 돼!'라고 하기에 귀엽다. "그래, 고양이가 되고 싶을 수 있지. 고양이가 될 수도 있지. 고양이니까 오히려 좋아?"

이 서평까지만 보면 고양이로 변하는 SF, '고양이 귀여워' 글로 볼까 봐 걱정이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내 동거인이 고양이가 된 사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 집에서 고양이가 된 사람, 책방을 넘기고 고양이가 된 사람의 친구 등 주변인이 고양이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바로 '고양이'다. 주변인이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지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생명체(라고 주장하고 싶다) 고양이가 되었으니 감정이 애매하다. 옆에 사랑스럽게 있지만, 내 말을 듣는지, 여전히 인간의 말을 듣는지, 영혼은 그대로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형태는 묵묵히 옆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럴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같은 성별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이 같을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양이가 되었을 뿐이다.

캣타워에서 한적하게 창밖을 보는지 멍 때리는지 모를 우리 주인님을 한 번 쳐다봤다. 혹시 너도? 너가 무엇이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 우리 8살 아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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