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기 - 김학찬 유고 소설집 김학찬 유고집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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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다가온 주제는 대한민국의 ‘교육’이었다. 〈모범택시를 타는 순간〉은 부유층 자녀의 과외를 맡으며 시작된다. 똑같이 생긴 아들을 대신해 문학시험을 대신 치러 달라는 요청, 그 앞에서 양심을 지키기엔 돈이 너무 컸다. 결국 ‘모범택시’를 타듯 달려드는 모습은 씁쓸하다. 〈1 2 3 4 5〉는 시험 강박에 시달리는 아이가 시험지를 뜯어먹는 장면으로 기괴하고도 날카로운 풍경을 그린다. 〈영재〉는 이름 때문에 영재교육을 받고 기존 교육을 거부하다가 결국 치료라는 선택지에 다다른다. 하나같이 우울한 결말이 능청스럽게 따라붙는다. 슬프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지 않을까.

다음은 ‘무능력한 부모’다. 〈은이와 같이〉와 〈구름기〉는 부모를 향한 원망과 그리움이 교차한다. 차갑게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이상적인 부모 자식 관계를 제외하면, 어쩌면 이 불완전한 모습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0촌의 관계야말로 가장 어려운 관계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타작〉과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는 직장과 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교회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는 다소 드라마적이었고, 직장인의 비밀을 커뮤니티에 올리는 이야기는 현실적이면서 씁쓸했다. 전자는 이 책에서 드물게 조금은 바깥에서 바라본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난해했던 것은 〈미당시문학관〉이다. 다른 편들이 비교적 선명한 길을 따라갔다면, 이 편은 표지판이 계속 사라지는 글 같았다. 한참을 헤매야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작가 본인이 직접 등장해 글쓰기와 현실, 이상과 곤궁을 오묘하게 섞어낸 탓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이것이 유고 소설집이라는 사실이 유난히 슬펐다. 이렇게 가까이 속삭여주듯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그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책으로라도 다시 작가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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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력 : 숏폼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라 - 숏폼 전도사가 알려주는 숏폼 커머스의 비밀
윤승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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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콘텐츠를 그저 잘라서 토막 내면 짧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매력이 없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숏폼 생태계가 어떠하고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여러 혼재된 정보들 속에서 깔끔한 해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을 것입니다. 왜 만들어야 하는지, 어디에 올려야 하는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편집법 등 아낌없는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숏폼으로 부업을 원하는 분들에게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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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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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하고 청량한 표지와 제목으로 첫인상은 상큼 아련함이 느껴지는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웬걸, 너무나 반대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인 느낌.

차별과 혐오의 세상. 남을 비난하고 헐뜯어 나를 증명하는 아이러니. 다름을 참을 수 없어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태도.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표현했다. 이런 사회에서도 사랑은 있다. 서로에게 관심과 마음을 주고, 표현하면 그것이 같은 성별임이 무엇이 문제일까.

소설이 주는 메시지를 잘 생각해보며, 오늘 하루도 타인에게 비난과 멸시를 주지 않고, 더 따뜻하게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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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표현력을 위한 필사 노트 - 뭉툭한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어주는 표현력 되찾기 하루 한 장 필사 노트
유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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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리 들리는 것은 표현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력 향상은 매우 중요하지만,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니죠.

적으면서 한 번 느끼고, 적은 것을 읽으면서 또 생각하고.
책에 있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면서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어휘력을 쑥쑥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드커버에 표지도 예뻐서 책장에 두고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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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나의 얼굴을 - 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임수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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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지의 잠든 나의 얼굴을은 자연스럽게 기억을 거슬러 나의 어린 시절로 데려다 주었다. 작품에는 큰 충돌도, 극적인 화해도 없다. 그런데도 인물들은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다시 돌아오며, 침묵하다가도 몇 마디 툭 던지며, 그 미세한 움직임이 작품 전체의 긴장과 서사를 만든다. 특정 사건이 아니라 문장 자체의 리듬이 서사의 엔진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며칠 집을 비운다며 나가 행방을 알 수 없는 고모 대신, 나진은 할머니 집에 머무르게 된다. 할머니 집은 예전 그대로다. 대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수술 후 회복 중인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그곳에서 나진의 오래된 기억들이 번져나간다. 투명한 물에 한 방울 떨어진 잉크가 서서히 퍼지는 것처럼.

일상에서 서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나고, 포옹하지 않아도 회복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1인칭 화자의 담백한 시점은 슬픔을 강요하지 않아도 슬프고, 기쁨을 외치지 않아도 기쁘다. 인물들을 들여다보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의 과거와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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