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나의 얼굴을 - 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임수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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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지의 잠든 나의 얼굴을은 자연스럽게 기억을 거슬러 나의 어린 시절로 데려다 주었다. 작품에는 큰 충돌도, 극적인 화해도 없다. 그런데도 인물들은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다시 돌아오며, 침묵하다가도 몇 마디 툭 던지며, 그 미세한 움직임이 작품 전체의 긴장과 서사를 만든다. 특정 사건이 아니라 문장 자체의 리듬이 서사의 엔진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며칠 집을 비운다며 나가 행방을 알 수 없는 고모 대신, 나진은 할머니 집에 머무르게 된다. 할머니 집은 예전 그대로다. 대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수술 후 회복 중인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그곳에서 나진의 오래된 기억들이 번져나간다. 투명한 물에 한 방울 떨어진 잉크가 서서히 퍼지는 것처럼.

일상에서 서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나고, 포옹하지 않아도 회복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1인칭 화자의 담백한 시점은 슬픔을 강요하지 않아도 슬프고, 기쁨을 외치지 않아도 기쁘다. 인물들을 들여다보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의 과거와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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