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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은 거장 박완서 선생님의 타계 15주기를 기리며 이제서야 독서와 친해지려는 나도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구병모, 김연수, 박상영, 백수린, 성해나, 정이현, 최은미, 한강 작가님 등 31명의 작가님들이 박완서 선생님 단편소설 전집에 수록된 단편 가운데 최고의 작품 2~3편씩을 추천받아 최종 10편을 선별하여 만든 단편집이라고 한다.
부끄럽지만 독서와 친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편식하듯 아주 예전에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 ‘고령화 가족’이나 정유정 작가님 ‘7년의 밤’만 기억할 만큼 소설보다 에세이나 심리서 위주로만 읽어서 박완서 선생님의 유명한 작품들도 제목만 접했었지 사실 아직도 못 읽어봤다. 그래서 소설을 접하고 싶던 마음만 있던 차에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단편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 편 한 편 정말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는데 아 정말 거장이라고 칭송할 만한 너무 대단한 작품들이라 여기어졌다. 해당 작품마다 마지막 페이지에 기재된 연도를 보고 그 시대에 마치 내가 살아있는 듯한 기분도 들고 소설 속 장면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모습에 어쩌면 사회적인 시대상마다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다루셨을까 놀라웠다.

해당 단편집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쥬디 할머니’는 이 책의 표지와 제목으로도 쓰여 있는데 외국소설인 것 같은 표지와 그에 걸맞은 쥬디 할머니의 일상 속 모습과 대화들이 오고 가는 모습에 아.. 그 시대에도 이런 삶이 얼마든지 있었겠다 싶어 쥬디 할머니의 모습이 퍽이나 귀엽기도 했다. 그래서 허를 찌르는 듯한 반전에는 놀라고 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 이게 소설을 읽을 때의 전율이었지 하며 박완서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작품을 그 시대에 집필하실 수 있으셨을까 오랜만에 소설을 통한 재미와 동시에 많은 생각들이 겹쳐졌다.

‘애 보기가 쉽다고?’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웃음이 나오다가 중반에는 뭔가 마냥 웃을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시대에도 지금에도 어딘가에는 다른 듯 닮은 풍경 속에 이들이 존재할 테니. 그리고 그때의 시대와 많이 달려졌지만 손주를 돌보는 쩔쩔매는 할아버지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꽤나 웃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엉망인 하루에도 그는 그저 그 하루뿐일 테니.. 해서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서는 웃음과 동시에 뭔가 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공항에서 만난 사람’은 너무나 멋진 그녀를 향해 소리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었다. 나였다면 절대 삶에 그토록 본인만의 생각으로 일관성 있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싶어서 더욱더 박수를 보내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참 유쾌한 마음이 물씬 들었다.
이외에도 그때 그 시대에 이런 작품들이 세상에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싶은 이야기들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관통하는 작품들로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재이산’ ‘해산바가지’ ‘ 나의 가장 나의 지니인 것’‘ 도둑맞은 가난’‘부처님 근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 ’ 들도 모두 너무 놀라웠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역사적 배경이 떠오르기도 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때론 감동에 벅차기 울컥하고 박완서 선생님께서는 유명한 다수의 장편 소설들이나 산문 등 여러 작품들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짤막한 단편에서도 삶을, 그 시대의 아픔을 고통을 그럼에도 희망과 행복을 이야기로 풀어나가시니 이제라도 정말 그분의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술술 읽히지만 생각도 많이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나 뵙게 되어 참 영광이었다. 아마도 이 단편집을 통해 다시금 소설의 세계로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이런 좋은 작품들은 언제라도 모두에게 맞닿을 수 있는 것 같으니 나처럼 책을 편식하는 독자들에게는 부담 없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책 한 권이 또 나온 것 같다. 이래서 책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