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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동안 내가 나를 위로했다 - 나를 회복시키는 기적, 한 문장 필사의 힘
김송현 외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올해 가장 잘 한 일은 ’필사’다. 독서로 시작해서 좋은 글들을 보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읽고 찍어두며 그걸 적어 내려가던 게 나만의 필사 방법이었다. 그마저도 혼자는 잘 안돼서 우연히 알게 된 온라인 필사 모임으로 다른 분들과 함께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초중반에는 잘 하다가도 마음이 힘들거나 어려워거나 어느 때는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멈춰지기 시작하면 다시 필사를 시작하기도 그만큼 어려웠었다. 그러다 기존에 저장해둔 문장들도 다 채우고 좋은 문장들이 엄선된 필사책들을 만나면서 하반기부터는 거의 매일 필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나에게 정말 가닿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었다. 기존에는 좋은 문장이구나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적어 내려가던 필사였는데 하나하나 그날의 내 시선에 와닿는 문장을 골라 적으며 한층 더 내면과 깊어지는 문장들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쓰는 동안 내가 나를 위로했다’라는 책을 마주하면서 이런 나의 마음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라는 게 묘한 안도와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작가로 여러분들이 등장하는데 필사 모임을 통해 모인 분들이 3년 동안 함께하며 그분들 각각의 가닿은 문장을 통한 짧은 문장과 더불어 문장과 관련된 질문을 독자인 나 스스로에게 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요즘의 나는 차례대로 책을 필사하기도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눈이 가는 곳에 멈추어 남기기도 하는데 한 해의 마지막 날에 가닿은 문장은 올해의 유일하게 꾸준함을 얻게 된 필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래 하단에 질문에는 필사보다 더더욱 펜이 멈춘 채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해주었는데 그게 또 나를 돌이켜보는 경험이 되었다. 필사책도 저마다의 특성이 있는데 이 책은 정말 나 스스로를 알지 못하면 한 장 한 장을 제대로 채우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초에 나의 한 해를 돌아보는데 각각의 문장의 빈 곳을 채우며 완성해 나가는 ‘연말정산’이라는 책을 알게 되어 구입했는데 반 이상 적긴 했지만 지금도 다 완성 못한 그 책이 이 책의 질문들과 겹쳐져 떠올랐다. 나에게 묻는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는 건 결국 아직도 내가 나를 모른다는 건데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내년의 내가 정말 제대로 채워보고 싶어지는 책이 돼버렸다. 그럼으로써 단순히 따라 적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만 알게 된 올해의 필사에서 내년에는 점점 나와 가까워지는 필사 그 이후에 또 더욱 깊어질 순간들이 올 거라는 믿음도 두터워졌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경제활동이나 자격증 같은 보여지는 배움이 어쩌면 변화하는 결과일 텐데 그것보다는 내 안의 변화가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생각을 하던 와중에 만난 문장과 질문도 그게 나에게 맞다는 확신을 들게 해주었다.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깊게 나에 대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의 페이지들을 채우며 진정으로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