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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Halloween ㅣ K-픽션 17
정한아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2월
평점 :
할로윈-정한아
예전에 정한아 작가의 작품인 ‘달의 바다’를 참으로 인상적으로 읽었다.
제법이 낡고 지난 기억이지만,
한동안 잊고 지내던 정한아 작가를 케이픽스의 할로윈이라는 작품을 통해 다시금 환기할 수 있었다.
달의 바다를 읽으면서
꿈과 현실의 간극을 소소하고 따듯하게 메워가는 정한아 작가의 차분함과 섬세함,
그리고 창의적이지만 어찌보면 당황스러울 수 있는 전개가
그리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풀어내는 필체와 느낌,
그리고 그런 하나하나의 인상들이 내게는 너무나도 좋은 기억이었다.

그러한 정한아 자가의 작품을 케이픽션으로 다시금 만날 수 있었다.
케이픽스의 책 안쪽 왼편에는 우리말로
그리고 오른편엔 영어로 제작한 케이픽션의 문고는
젊은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해외에 알리려는 출판사의 노력을 살포시 엿볼수 있었다.
짧은 영어라 변역의 수준이나 의미전달에 대한 부분까지는
독자로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의 좋은 글을 세계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나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책의 내용은 복잡한 현실에 묶여있는 우리와 같은 주인공이
어느 날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알게된 새로운 인물,
그리고 그렇게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얽혀진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숨겨진 이면의 슬픔과 아픔을 다루고,
또한 이러한 현실과 버려진 감정을 담담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를테면 동양과 서양, 삶과 죽음, 살아있는 우리와 죽은 자들,
이질적인 문화와의 거리 등과 같은 공간에 대한 확대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단순한 지금이나 현실을 보는거 아니라 시선이나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준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봤다.
그런 시간을 통해
지금의 나, 지금의 현실이, 다분히 개별적인 독립체가 아닌
다양한 내적 혹은 외적 존재들과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은 그 무엇들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하고 그러한 존재감을 인정받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봤다.
달의 바다를 통해 느낄수 있었던 정한아 작가의 담담함과 차분함을 느낄수 있었고
소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흡입력으로 인해 몰입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짧고도 강렬하지만 소소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