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리 가오리

 

오랜만에 접한 에쿠리 가오리의 신작이었다. 전부터 에쿠니 가오리의 팬이었고, 그녀의 감성에 많이 공감하고 자라왔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성향의 변화일지도 모르겠지만 에쿠리 가오리의 결혼 후, 혹은 제가 서른즈음을 넘어가는 시기에는 왠지 모르게 그녀의 글을 읽어내려가면 왠지 모를 허전함과 부족함에 책을 다 읽고 일어서는 맘에 한 켠이 먹먹했는데, 어쩜 이런 감정은 제 기대가 컸던 건지, 아님 내가 변한건지?... 아무튼 이러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뒤섞인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다시 한번 에쿠리 가오리의 신작을 접했습니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어느 한 집안, 즉 야나기시마 3대 일가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이야기다. 100여년에 가까운 한 집안의 가족사를 담다보니 그 분량도 600여 페이지에 다라고, 시간적 공간적, 그리고 가족 간의 관계나 조밀한 구조에 대한 기술이 복잡하고 세밀했다.

 

책 첫장, 그리고 첫구절을 읽으면서 왠지모를 익숙함이랄까? 아님 그냥 일상처럼 어제 읽던 책을 습관적으로 손으로 가져와 아무일도 없던거처럼 계속해서 읽어나가는 내 모습에 왠지 모를 친숙을 느꼈다. 다소 부담없이 이미 알고 있던 그림을 읽는 듯한 진행에 편안함을 느껴다고나 할까?. 어쩜 다소 방대한 분량과 시간에 대한 기술로 가오리의 다듬어진 호흡으로 책을 엮어나가겠지만 이렇게 익숙한 흐름과 호흡은 커피한잔과 들이키고 책장을 넘기는 내 손 끝에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어쩜 그것이 에쿠리 가오리의 기술이자 독자를 다루는 근사한 솜씨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에세이나 단편소설 모음집을 주로 읽다가, 오랜만에 제법 많은 분량이고 가족사를 다룬 소설을 읽다보니 수많은 등장인물에 다소 혼동되고 헛갈리도 했다. 기누, 노조미, 유리, 치하루, 리쿠코, 고이치, 우즈키, 기쿠코, 기리노스케, 유리 등등등등.. 정말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을 오랜만이였다. 그래서 어제 읽은 부분을 다시금 복습?아닌 복습도 하고, 인물관계를 나름 머릿속에 그려놓으며 책을 읽어갔다. 물론 작가가 서두에 인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긴하지만 읽다보면 한번쯤 헤매는 일이 있었다.

 

이렇게 3대가 걸친 가족의 살아가는 모습을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풍경처럼 그려졌다. 대가족이 살아가기엔 널직한 가옥, 그리고 가족의 대부분이 스치는 거실, 그리고 피아노가 있는 공간거실, 식사를 함께하는 키친, 베란다, 마당, 서재, 각자의 삶이 묻어있는 방... 오래전 사랑이 머길래나 무동이네 집과 같은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왠지 모를 가족의 중요성과 그들의 다뜻한 손길을 책장을 넘기면서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엔 핵가족을 넘어 1인가구, 싱글족과 같이 보편적인 가족의 형태가 해체를 되는 시대에서 책을 읽어가는 내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수 있었다. 특히 한가위라는 큰 명절을 끼고 책을 읽다보니 한가위를 밝히는 달처럼 오랜 역사와 시간을 통해 구성되고 이루어진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 깨우쳤다. 책에서 다뤄지는 내용처럼 다투고 아파하고 실망하고 하는 때가 와도 그래도 가족은 가족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에쿠리 가오리의 신작과 다시금 독자와 작가와의 감성적 소통에 기대했지만, 평소의 에쿠리와는 다른 모습의 책이였다. 물론 군데군데 숨어있는 디테일에서는 그녀를 지각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모처럼 가을날 한가위같은 소설을 읽은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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