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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평점 :
전부터 현대문학에서 발행하는 핀시리즈를 통해서 접하는 우리나라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종종 즐겨보곤 했다.
우선 이번에 출간된 김혜진 작가의 ‘불과 나의 자서전’라는 표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책의 주제 및 내용에 대한 추정이 다소 모호하기도 했다.
그리고 책 표지에서도 회색빛 가득한 고대 대리석 건물이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도 보이는 구성의 미묘함은 책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어쩌면 이런 첫 표지에서부터 느끼는 모호함과 상상을 불허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핀시리즈의 매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불과 나의 자서전’은 주인공 홍이의 삶의 터전의 일부였던 오래된 약국이 철거되면서 시작한다.
책은 이야기는 남일동에 대한 주인공의 과거 기억과
홀로 딸아이를 키우는 주해가 이사 오면서 겪는 지금의 이야기가 공존하며 흘러간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남일동은 달동네라고 칭할 수 있는 다소 거주환경이 불편한 곳이다.
환경이 그렇다보니 남일동 주변 주민들은 남일동에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다소 꺼려했다.
이러한 남일동은 재개발 붐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재개발에 대한 찬반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던 중 남일동의 행정구역이 정리되면서
주인공은 같은자리지만 중앙동으로 변경된 행정구역에서 살지만 주변인들로부터 남일동 토박이라는 주민의 시선을 받으며 성장기를 보낸다.
그렇게 성장기를 보내고 취업하며 그리 편안하지 못한 직장생활을 하던 주 남일동으로 이사 온 주해를 만난다.
주해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남일동 주민들의 불편해소를 구청에 민원을 요청하여 가로등 설치 및 남일동 안쪽 까지 들어오는 마을버스 노선을 만드는게 기여하며 남일동에 정착한다.
그리고 남일동에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 나오면서부터 주해는 남일동에 보다 애정을 갖고 남일동 사무조합원으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과거 주해가 간호사로 일할때 겪은 부주의한 사고의 과거가 다시 그녀를 괴롭히고, 결국 주해는 떠나고 만다.
개인적으로 주해가 남일동을 떠날 때 즈음 책의 초반에서 구청에 민원을 넣어 가로등을 설지하고
‘어때요? 휠씬 환해졌죠?’(P.51)라는 대사 왠지 오버랩 되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책의 배경은 남일동은 주인공과 주해에겐 부정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안식처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따금 들려오는 재개발 소식은 부정하고 싶은 남일동에 대한 모한 집착은 언제가 남일동이 허물어지는 것을 꼭 보고 싶다는 복잡하게 뒤엉킨 기형적 감정을 잘 보여주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