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은 아무 말 없이도 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찰나의 빛은 너의 눈에도 나의 눈에도 똑같이 한순간에 스쳐 가버리는 무엇일 것이다. 피어나자마자 시들어버리고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리는, 그러나 결코 환각은 아닌 무엇. - P85
문화적 위계를 무너뜨리는 건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는 대개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이 아니라 상품 형태가 발휘하는 효력으로, 대안적 우선성을 내세우며 기존 가치들에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기존 가치들이 똑같이 평등해지는 것이다.
코라:?모르겠어요…, 가 보긴 했는데 잘 몰라요. 말해 봐요, 정말로 가 봤어요? 정말? 정말로요? (대화를 하면서 재미와 감정적인 호기심에 빠져 점점 그에게 다가간다.)연인:?왜 그걸 나한테 묻는 거죠?코라:?왜냐하면 이제야 내가 아무 데도 가 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다시 함께 가 봤으면 좋겠어요. 나도 노래할 줄 알고… 브륀힐데, 세헤라자데의 의상을 입을 줄도 알아요.
모든 종류의 여행에서, 심지어 아주 짧은 여행에서 돌아올 때도, 나는 꿈으로 가득 찬 잠에서 깨어나는 것만 같다. 정신이 멍하고, 혼돈스럽고, 서로 뒤엉키고 겹친 느낌들, 눈앞에 나타난 이미지들에 취한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