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마음을 들어 줘 ㅣ 문학의 즐거움 36
샤론 M. 드레이퍼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말을 하지 못한다. 걷지도 못한다.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너무도 절망스럽다.'
멜로디의 소리 없는 외침이다.....
멜로디는 양쪽 뇌가 경직돼서 사지가 마비되는 병-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11살 소녀이다.
그래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생각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녀이다.
멜로디는 태어나서 몇 달도 채 되지 않은 때부터 단어들을 마치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것처럼 단어들을
저장한다.. 그러나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멜로디는 무엇이든 잘 잊어버리는 법이 없다. 자신의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도 다 잘 기억하지만,
누구와 함께 나눌 수 없는 데다 잊고 싶은 일까지 모두 기억속에 있어 점점 불만이 쌓여간다.
11살 천재소녀 멜로디...
책을 읽어가면서 누가 과연 멜로디의 마음 속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주게 될까?
책을 읽는 내내 많이 궁금했었던 부분이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단어들과 더 많은 숫자세기도 할 수 있지만, 스폴딩 가 초등학교를 5년째 다니고 있는 멜로디는 '장애인'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수업 프로그램을 받고 있을 뿐이다.. H-5반,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H-5반 아이들은 많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통합수업'이라는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멜로디는 매일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보통의 아이들이 배우는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 친구 로즈를 만나고, 멜로디만을 위한 도우미 캐서린 언니를 만나면서 그리고 '엘비라'라고 이름지은 메디토커를 만나면서 멜로디는 더 이상 새장 속에 같힌 새가 아니다.. 수많은 단어들을 엘비라에 저장하고 수많은 문장들을 저장하면서 멜로디는 세상과 소통하고 마음 속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낼 수 있게 되었다.
한번도 해보지 못한 말들..... 엘비라를 통해 멜로디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장면들이 참으로 많았는데... "사랑해요, 엄마, 아빠."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목을 메었을 정도였다.
엘비라를 통해 멜로디는 더 많은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가장 큰 사건은 '위즈 키즈'퀴즈 대회에 학교대표로 나가게 되었는데..장애를 가진 아이가 퀴즈대회에 나간다는 건 또래의 친구들에겐 그리 환영받을만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멜로디 용기를 내고 다른 3명의 아이들과 학교대표로 출전하여 다른 상대학교 팀들과 대회를 치르고 전국대회에서 승리를 한다..그리고 당당하게 워싱턴으로 갈 수 있는(굿모닝 아메리카) 출연 기회를 얻어낸다...얼마나 멋진일인가?
이제 조금씩 더 넓은 세상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는 멜로디...
아주 통쾌한 순간이였다. 배울 필요없다고 외면했던 장애를 가진 아이가 당당하게 보통의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다...
마음 속 가득 힘찬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오~~이런....워싱턴으로 결전대회를 치르러 가는 날....공항에서 멜로디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없다...
그리고 멜로디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워싱턴으로 가고 없다...
왜 아무도 멜로디에게 연락하지 않은거지? 디밍 선생님은 과연 뭘 한걸까?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속에서 부글부글 속이 타던지...멜로디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과연 멜로디는 어떻게 될까?
이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다른것에 신경쓸 수가 없었다. 쉼없이 책장을 넘기는 것 밖에는...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멜로디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내 자신이 너무도 작아보였다...
멜로디가 하는 혼자만의 독백을 들으면서...
'5학년은 확실히 많은 아이에게 쉽지 않은 시기다. 숙제, 강한 척할수록 확신할 수 없는 미래, 패션, 부모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은 동시에 어른처럼 행동하고 싶은 욕망 그리고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냄새..
나한테도 이런 요소는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나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고,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고,
저 남자아이는 나를 좋아할까? 고민도 해 본다. 어쩌면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런 모든 일이 마치 퍼즐 조각 같다. 누군가 내게 퍼즐을 줬는데 완성된 사진이 그려져 있는 퍼즐상자가 내게는 없다. 그래서 퍼즐이 완성되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난 알지 못한다. 어쩌면 빠진 퍼즐조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다. 퍼즐조각을 맞추고 싶다 해도 나는 현실적으로 퍼즐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학교에서 공부를 잘한다 해도 내게는 아직 맞추지 못한 퍼즐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멜로디를 만나고 나서 생각해 본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포기하고 얼마나 많이 절망하고 회피하며 살았을까?
너무도 많이 가진 나인데...너무 쉽게 포기하고 쉽게 돌아서진 않았을까?
끊임없이 채우려고만 하진 않았을까?
책을 덮은 지금
어쩌면 멜로디가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나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 줄 시간이 나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