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그림, 정병규 엮음 / 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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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넘기면, 사지를 쭉 뻗고 누워있는 호랑이, 화려한 꼬리를 늘어뜨린 채 바닥에 늘어져있는 공작, 엎드려 있는 사자 등 심드렁하게 앉아있던 동물들이 한마디씩 한다.

심심해!........

그러자 달려를 외치며 아이와 동물들은 일제히 달리기를 시작한다. 토네이도처럼 달리던 아이와 동물들은 한꺼번에 충돌을 일으킨다. 마구 달리던 가쁜 호흡을 충돌로 한번 쉬더니,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기에 열중한 동물들과 아이의 얼굴은 흑백 화면에도 불구하고 생기있고 붉게 상기된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바탕 달리기가 끝난 후 ‘하아, 잘 놀았다’며 가쁜 숨을 쉬며 웃는다. 

연필로 그린 동물들의 나른한 모습, 대사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가로로 긴 38면의 그림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생기를 불어넣는다. 흑백의 간결한 그림과 그림책으로는 드물게 속도와 바람을 느끼게 한다. 또한 달리는 아이와 열 한 마리 동물들의 표정과 자세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재미를 준다.

동물원에서 보는 기린이나 사자, 호랑이 뿐 아니라 공룡까지 달리니 속도와 바람에 상상력까지 더한다.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들은 논다는 게 큰 일을 하는게 아니라 친구들과 달리기 한 판도 즐거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또한 달리는 즐거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그림책의 세계를 보여준다.  

33*21cm 의 가로로 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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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으로 보는 삶 마이 라이프
호세 안토니오 미얀 지음, 최고은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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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곳의 표지판, 안내판 그림으로 표현한 인간의 탄생, 삶, 그리고 죽음 그리고 또 다른 탄생 이야기  

그림책이 삶에서 최초로 만나는 예술 작품이라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호세 안토니오 미얀의 마이 라이프는 그림책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표지에는 거리에서 만나는 교통 표지판, 비상구, 길거리 낙서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함축성과 간략함으로 만국 공통어로 역할을 하는 표지판은 그림만 보고서도 어느 정도 의미가 짐작된다. 세계 여러 나라의 표지판과 낙서들을 삶의 과정을 따라 엮어 낸 기발함과 참신함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삶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므로 어린이용이라기 보다는 청소년 또는 성인용이다.어린이들에게는 다양한 종류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으로, 어른들에게는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기발한 그림책으로 주목할 만 하다. 
 

상징화 작업을 통한 표지판을 전문적으로 다룬 웹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이루고 있다. http://jamillan.com/ru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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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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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장으로 구성된 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다. 아빠가 일을 찾아 떠나고 엄마와 아이만 남는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고 일을 찾아야하는 아빠는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전혀 모르는 곳에서 아이에게 길을 묻거나 살 집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공부하고 싶지만 생활을 위해 일을 해야하는 소녀를 만나기도 한다. 아빠는 거대한 공장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그 곳에서 전쟁을 피하거나 위험을 피해 온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일한다. 여러 날이 지나 편지가 오가고 드디어 가족을 만난다. 새로운 곳에서 삶을 꾸리는 가족들. 어느 날 또 다른 곳에서 누군가 이 곳에 ‘도착’한다. 아이는 그에게 길을 가르쳐 준다.    
 

정든 땅을 떠나 새로운 곳에 도착하여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책은 글 없이 그림만으로 수 많은 사건과 감정, 관계와 이야기를 표현한다. 책 표지의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만큼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 도착한다. 작가는 구름의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의 흐름과 아빠의 심리적 고난을 표현한다. 입국을 위한 인터뷰 장면이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그림만으로도 풍부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 인터뷰 할 때의 긴장감과 떨림이 세심한 표정과 몸짓으로 전해 온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여 어리둥절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삶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의 즐거움은 다시 온다. 잘 알지 못하여 선입견을 가지는 존재를 수용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는다. 숀 탠의 그림은  한 장면 안에 현실을 세심하게 표현하고 더불어 상징적으로 묘사된 장면들로 중첩된 의미를 전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오감을 집중해야한다. 글 없는 그림책은 훌훌 보는 책이 아니라 세심하게 표현된 그림과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그림에 이야기를 더하고 뜻을 부여하는 것은 오직 읽는 이의 몫이다.  

 

글없는 그림책
2007년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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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
박기범 글, 김종숙 그림 / 낮은산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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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수 집에 살던 개, 큰 물에 떠내려가던 개, 떠돌이가 되어 쓰레기를 뒤지고 지금은 마을에 숨어 사는 떠돌이개는 살기위해 몸부림친다. 생존을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무엇보다 음식에 강한 집념을 보인다. 더럽고 냄새나는 몰골로 읍내 장터 쓰레기통으로 연명하는 떠돌이개는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한다. 돌팔매질을 피해 ‘바깥으로 더 외곽으로’ 향하던 떠돌이개는 한 마을의 산기슭에 정착한다. 떠돌이개의 꼴이 나아진 즈음 개의 울음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겁을 먹는다. 여러 사람들의 한마디가 말이 말을 타고 넘나들며 떠돌이개를 미친개로, 늑대로 단정한다. 마을 사람들은 개를 잡자고 말을 모으고 사냥이 시작된다. 사냥총까지 있었지만 개는 사람보다 한 발 빨리 움직여 목숨을 부지한다. 수 많은 억측과 편견, 소문을 뒤로 하고 떠돌이개는 다시, 사라진다. ‘이제는 개를 기억하는 이들이 없’다.  

 

더럽고 냄새나는 떠돌이 개는 어떻게 ‘미친 개’가 되어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가? 미친 개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속성을 표현한 우화이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대다수 사람들의 말 속에 단정되고 속성지어져 버려 먹이를 찾아 구군분투하는 떠돌이개는 어느 새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친개’가 되어버린다. 죄의 있고 없음도, 보이는 대로 보는 법도 없이 사람들은 말이 말을 타고 떠돌이개는 공동체의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목숨을 부지하려 애쓰는 떠돌이개는 사람들의 위협에 어쩔 수 없이 ‘바깥으로 더 외곽’으로 사라진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개는 사라지고 마을의 누구도 ‘물기를 머금어 더 또렷이 아롱지던 그 깊고 투명한 눈망울’의 개를 알지 못한다. 표지의 수묵화 기법으로 그려진 강파른 개 몸의 선은 삶의 고난을 표현한다. 표제면의 몽둥이를 들고 개를 부르는 사람과 그를 향해 꼬리를 흔드는 개의 모습은 충격일 듯 하다. 현실 사회를 보는 듯한 우울한 기운으로 가득찬 이 책을 어린이들이 이해할까라는 생각을 해봄직 하겠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으로 보여주는 사뭇 낯선 세상은 그들의 생각과 사고를 넓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신과 다른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독자들이 떠돌이개에게 감정이입하는 데는 그림의 영향력이 크겠다. 흑백으로 과감한 생략, 적절한 클로즈업으로 그려진 개는 사뭇 인간의 정신 세계를 표현하듯 풍부한 표정을 전달한다. 성인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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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들의 여행 담푸스 그림책 2
크라우디아 루에다 지음, 김세희 해설글 / 담푸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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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빨간 도형 조각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아이가 보인다. 아이는 자신과 다른 색깔과 모양을 지닌 조각들을 가진 여러 사람을 만난다. 많은 이들이 그저 스쳐지나가지만 자신이 가진 조각과 어울릴 듯한 도형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 아이와 만난 다른 아이는 두 사람이 가진 도형으로 물고기를 만들어 바다로 흘려보낸다. 물고기는 바다를 헤엄치다 그물에 걸려 선장에게 보내지고 선장은 물고기를 풍선으로 만들어 울고 있는 아이를 위로한다. 한 편 두 아이는 함께 낚시를 하다 울고 있던 아이가 놓쳐버린 풍선을 낚고 풍선은 전혀 열기구가 되어 두 아이를 태우고 멀리 여행을 떠난다. 

크라우디아 루에다는 콜롬비아 출생으로 카툰 작가로 활동하면서 어린이 책을 만들고 있다. 직선으로 이뤄진 단순한 선으로 다양한 색깔과 형태를 지닌 모양들의 여행을 우리 눈앞에 펼쳐보인다.  

 

모양들의 여행의 가장 큰 미덕은 의외성이다. 예상되는 모양과 색깔의 조합을 살짝 비켜가며 의외의 모양과 전개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책에 나오는 여러 색깔과 모양들은 의외의 모습으로 조합되어 새로운 존재가 된다. 그 과정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며 당연히 원으로 예상했던 모양은 새로운 형태의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함께 하게 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창의력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존재와 함께 더 넓은 세계로 떠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모양은 대비된다. 천정에 매달린 조각들은 완전한 원으로 땅에서 꽃이 피듯 피어오르고 있다. 글없는 그림책으로 책을 보는 이들이 다양한 해석과 설명을 붙일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보는 이들은 그림책에서 빨간 조각을 가진 아이처럼 놀람과 기쁨, 호기심, 경이로움 등 다양한 삶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글없는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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