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구 삼촌 산하작은아이들 18
권정생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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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섯 살 아이의 지능에 벙어리처럼 말도 없고 귀머거리인 용구삼촌이 소를 먹이러 간 어느 날 돌아오지 않는다. 경희누나와 나, 아버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못물 주변과 산으로 용구삼촌을 찾으러 간다.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는 용구삼촌에 대한 걱정으로 몹시 불안한 그 때 양지 쪽 산비탈에서 용구 삼촌을 찾는다. 다복솔 나무 밑에 회색 토끼와 함께 잠든 용구삼촌. 불러도 듣지 못하는 용구삼촌을 깨우려 나는 ‘삼촌! 일어나 집에 가’자며 얼굴을 비비며 흐느꼈다.

용구 삼촌이 서 있다. 표지 한 가득.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표정 가운데 삼촌이 우리에게 말걸고 있는 듯 하다. ‘너희, 뭐하고 있니? 나랑 놀래‘하며. 세상의 약한 존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작품을 해오신 권정생 선생님의 글이 그림과 만났다. 다섯 살 아이보다 못한 지능과 벙어리, 귀머거리인 용구 삼촌. 소 풀 먹이러 다니는 것도 용한 용구 삼촌이지만 누구 한 사람 삼촌을 허투루 여기는 사람이 없다. 아무것도 몰라 평화롭고 순수한 용구삼촌과 그런 삼촌을 감싸 안는 넉넉한 마을이 주인공인 그림책이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대한 꾸밈 없는 이야기는 투박하고 소박한 그림과 만나 넉넉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용구 삼촌의 평화로이 잠든 얼굴이 은근히 떠오르는 그림책.

초등 저학년용이지만 초등 전학년 또는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용으로 가능한 그림책이다. 강아지똥과 비교하여 무엇 하나 역할이 없어도 세상에 있다는 것, 태어났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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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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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 선비 이덕무는 뛰어난 재능에도 서자 출신이란 이유로 발이 묶인다. 책은 스물 한 살 조선 선비 이덕무가 쓴 짧은 자서전<간서치전(看書痴傳)>의 일화인 '햇살과 책과 나'로 시작한다. 작은 방에서 온종일 햇살을 따라 책을 보았다는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분제로 막혀있는 세상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진 못한 울분을 친구들과 책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며 녹인다 . ‘책만 보는 바보’는 이덕무와 18세기 조선 선비들을 역사에서 데려와 뼈와 살을 입혀 인간으로 우리에게 재현한다.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홍대용, 박지원 등 친구이자 스승들과의 교우로 더 큰 세상과 만난다.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이 시대를 뛰어넘는 글을 쓰고 그들이 무엇을 꿈꾸었나 책은 담담히 보여준다.  

18세기 신분제 사회에서 서자 출신 이덕무는 세상과 불화한다. 재능은 넘쳤으나 서자라는 이유로 정계에도 벼슬길에도 나설 수 없는 처지였다. 이덕무는 포기하고 재능을 낭비하는 대신 햇살을 쫓으며 책을 읽는다. 이덕무의 친구들은 때로는 울분을 터뜨리고 때로는 체념하며 시대를 견딘다.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이 책을 읽고 뜻을 세우고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친구와 스승들이 보여주는 드넓은 세상 때문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으나 그들은 시대와 정신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으며 질문하고 해답을 찾는다. 이덕무는 어느 날 고관대작의 아들인 이서구를 만나 그의 냉정한 당당함과 같은 서자출신 박제가의 울분을 견주어 본다. ‘책만 보는 바보’의 매력은 역사속 인물들에 대한 심리적 공감이다. 인간의 모습을 한 18세기 풍운아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친구 그리고 우정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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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걸음 내딛다 보름달문고 33
은이정 글, 안희건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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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4인 가족 희영이네. 큰 소리 치는 사람도, 거칠게 싸우는 사람도 없지만 가족들간 보이지 않는 벽이 둘러쳐져 있다.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에서 각자 TV앞, 컴퓨터앞, 세면대 앞에 서서 가족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가족을 위협하는 커다란 장애도 없지만 서걱거리고 무심한 관계는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엄마에게 가사일을 전적으로 의지했던 가족들은 엄마가 일을 시작하자 불편해진다. 스스로 일상을 꾸러가지 못했던 가족들은 가사일을 조금씩 나눠하는 생활의 지혜를 받아들인다. 작가는 가족간 소통 부재에 섣부른 해결책을 들이대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처럼 쓴 맛 뒤에 반드시 달콤함이 뒤따르지는 않음을 보여줄 뿐이다. 늘 혼자 다니며 바깥 세상에 자신을 내놓지 않는 희영은 엄마의 일기장을 보며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려 한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의 관계를 조금씩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할 때 희영도 바깥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다. 희영을 눈앞에서 거부했던 재준에게 포기하지 않지만 조심스럽게 반걸음만 다가간다.

무심하고 냉정하다고 느껴지는 문체와 달리 그림은 강렬한 색채로 넘쳐난다. 그러한 대비 효과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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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절씨구! 열두 달 일과 놀이 -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농가월령가 길벗어린이 지식 그림책 1
장진영 그림, 김은하 글, 농업박물관 감수 / 길벗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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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 달 우리 전통 문화와 자연을 꼬물꼬물 그림으로 보여준다. 월별로 일과 놀이, 세밀화 주제를 선정하였다. 농촌의 삶뿐 아니라 섬마을 어촌의 삶도 함께 펼쳐져있다. 그러니 세밀화도 식물, 동물, 어류, 농기구, 살림살이, 탈, 악기 등 다양하다 . 1월 설날로 시작하여 12월 섣달그름으로 막을 내리며 일과 놀이 알아보기, 찾아보기, 세밀화 알아보기, 찾아보기로 책 속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26*33cm의 큰 판형으로 꼼꼼하게 그린 그림이 쉽게 훌훌 넘기지 않도록 한다. 마을 사람들이 어찌 일하고 어찌 노는지 잘 살펴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 표정도, 놀이도 같지 아니하여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연상 놀이하는 재미도 같이 곁들일 수 있다. 이 달의 꼬물 그림과 동시로 설명하는 일과 놀이를 보면 조상들의 월별로 무엇을 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그 달의 세밀화가 주제별로 모아져있어 주제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일과 놀이라는 주제에 동시와 세밀화로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즐겁게 놀며 책읽기가 되게 한다.

마을 사람들이 꼬물고물 열심히 일하는 표지를 들추면 섬마을에 붉은 해가 떠온다.세밀화 342점을 곁들인 월별 일과 놀이를 꼬물 그림으로 즐기고 동시로 노래부르며 읽다보면 그 달에 어울리는 세밀화가 한 눈에 보여진다. 열 두 달 모두 보고 나면 저녁 밥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풍경 속에 노을이 지고 있다. 책을 펼치면 해가 뜨고 책을 덮으면 해가 지는 것이다. 그 사이 일하고 놀이하는 건강한 우리 조상들의 삶이 알알이 박혀있다. 농촌과 어촌을 오가며 그 달에 가장 필요한 일을 한다. 주제별 세밀화는 한 눈에 보기 좋게 만들어져 있다. 5월 주제별 세밀화인 ‘탈’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 모든 탈을 한 곳에 보아 보여주어 각각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전통문화를 일과 놀이로 접근한 사전으로 그림과 동시, 세밀화의 만듦새가 단단하다. 마을 사람 전체가 주인공이 되는 책으로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노는 건강한 생활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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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창비아동문고 210
이경자 지음, 오오니시 미소노 그림,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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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즈의 엄마의 엄마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빼앗긴다. 외할머니는 미스즈의 엄마에게 ‘꽃신’과 ‘색동저고리’를 남기지만 미스즈의 엄마에게는 ‘차별’의 상징이 된다. 크리스마스 바자회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를 하자 마을 사람들은 냉전시대의 차가운 얼굴을 드러낸다. 과거사에서 일본의 과오는 잊어버린 채 남 탓 하기 바쁜 마을사람들로 바자회는 중단위기에 처하지만 어린이들은 현재에 충실하며 북한 어린이들의 굶주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미스즈의 엄마와 키무라는 자기 안의 재일조선인을 인정하며 인생의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미스즈의 엄마는 가족들의 지지를, 키무라는 친구들의 지지 속에 새로운 희망을 가진다. 전쟁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어떻게 청산하며 새로운 세대의 선택은 어떠해야할지 보여준다. 마을 어른들의 낡은 사고방식에 굴하지 않고 북한 어린이 돕기를 선택하며 어려움을 이겨내는 미스즈와 친구들은 새로운 재일조선인 사회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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