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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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집인 ‘웃는남자’ 때문에 구입했다. 기대가 컸는지 약간 실망했다. 너무 관념적이다. 현실에 착 달라붙지 않은 약간 붕뜬 세계. 고통은 알지만 명확한 현실보단 가정형의 세계 같다. 수상집에 나온 짧은 소설의 장편이 읽고 싶었는데, 이건 장편이 아니고 연작소설? 아니 단편모음이다. 소재는 같다고 해도 장편소설이라고 이름할 순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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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모르고 관념적인 것은 작가나 글이 아닌 내가 아닌가 되짚어본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글 속의 모든 소재는 내게 너무 익숙하고 현실적이다. 이야기들이 어색하고 불편한 게 아니라 표현이 어색하다. 아니 어딘지 솔직하지 못하다. 그러고보니 ‘솔직’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다. 솔직한 사람, 솔직한 말, 솔직한 마음을 마주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솔직하고 싶다. 가감없이 솔직할 수 있는 대상이 단 하나쯤은 존재해야 되는 게 아닐까? 솔직할 수 없고 에둘러야 하는 세상에서 솔직한 감정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무엇이 ‘솔직한 것’인지 느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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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 안 읽었지만 작가의 글은 왠지 판타지로 다가온다. 아니 ‘미사고의 숲’처럼 모호한 경게처럼 다가온다. 15년 전?쯤 그 글은 몹시 충격적이었는데, 이제 더 발칙하고 적나라하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이야기들도 넘쳐난다. 이 기분으로 마거릿 애트우드를 읽었다간 과격한 페미니스트가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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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대부분의 글에서 불안을 발견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지 내 심리상태인지 모르겠다. 스물아홉의 고통스러웠던 가을을 얇게 펴서 온 한해 동안 느끼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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