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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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니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젊은 부부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도 안 읽었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이야기가 허구나 가상의 세계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래서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될 때 변화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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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히 즐겁게 꿈을 쫓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젊은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다. 첫 아이와의 만남이 너무 행복해서 둘째를 가졌다. 두 아이가 되자 감당할 수 없어졌고 점점 꿈도 잃고 자신도 잃어가는 것을 견딜 수 없어졌다. 기회가 왔고 숙고 끝에 보모를 구했다. 아이들과 너무 잘 지내고 집안일까지 완벽히 해주는 보모를 만나 젊은 부부는 다시 꿈을 찾고 안정되어 간다. 여기까지면 좋았다. 그 완벽한 보모에게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는 것을 몰랐을 때까지. 그림같은 행복과 완전한 가정을 지탱하는 보모에게 감사와 애정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사는 것은 그리 쉽지 않고 모든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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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와 육아에 대한 이야기. 생존을 위한 조건에 대한 이야기. 숨겨진 내면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 지극히 당연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 불안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그 모든 것이 엉켜있고 그래서 삶은 쉽지 않고 복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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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문장들이 생각해야 할 많은 것들을 던져준다. 그 전에 책 속 가득한 불안을 본다.
우리는 때로 모성에 대해 오해한다. 지나친 환상을 품는다.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모성이 저절로 생기고 넘쳐나길 기대한다. 왜? 왜 우리는 위대한 모성을 바라는가. 왜 그것을 당연시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럴 수 없다.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지 않는가. 모성은 자연발화되는 무엇이 아니라 지극한 인내와 수고와 노력이다. 끝없이 나와 아이를 저울질하고 매번 져야하는 끝없는 체념이다. 그 모든 것을 당연한 듯 감당하게 해서는 안된다. 간혹 젊고 사랑스럽고 의욕이 넘치는 부부 혹은 엄마에게서 그림자를 본다. 아이는 행복하고 만족한다. 그럼 당신은 괜찮은가? 정말로 괜찮은가? 당신의 인생은 아이의 출산을 기점으로 들러리나 도우미로 전락해도 괜찮은가?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그것이었나? 묻고 싶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부모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옳을까? 부모의 꿈을 위해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 옳을까? 문제는 균형이다. 사회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 인류는 기형적인 연령 비율을 지나 멸종할지도 모른다. 단순한 젠더 싸움이어선 안된다. 이 혐오 속에 아이와 양육을 원인으로 만들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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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인간은 모두 소중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나는 종종 내 이상과 소망이 너무 먼 곳을 향해있다고 깨닫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는 누구도 안전과 안정과 행복과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더딘 걸음이어도 내딛어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개인과 사회는 긴밀하다. 그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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