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가즈오 이시구로를 읽고 큰 감명을 받거나 하지 않았다. 괜찮네, 정도 였달까? 물론 단 한 권에 그 작가에게 빠져드는 일은 드물다. 한 두권쯤 더 읽어보고 싶다,에서 작가를 알고 싶다,로 더 가서는 전작을 읽어야겠어.에 이르는 점진적인 단계를 거치고 그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하기 까지난 짧아도 몇 년은 걸리는 것 같다.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포함), 폴 오스터, 움베르트 에코, 버지니아 울프, 무라카미 하루키 최근의 줄리언 반스 정도가 좋아한다고 고백하게 하는 작가들이고 의심없이 그들의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전작을 읽고 싶다의 단계로 끝나기도 하고 거의 전작을 읽어와놓고 이제 그만으로 더이상 찾지 않는 작가도 제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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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세 권과는 다르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섬세한 감각은 여전하다.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 읽은 것이 4권, 이 작가가 어떻다고 말하기에 앞서 더 읽어야 겠다. 전작을 읽고 싶다, 단계까지 단숨에 이른 기분이다. 향수와 화해, 공감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사뭇 달라서 전작과 작가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야할, 사고 싶은, 읽고 싶은 목록은 아무리 열심히 사고 부지런히 읽어도 줄어들 지 않고 늘기만 한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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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은 세 권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면 이 글에선 현재와 미래를 잇고 있다. 우리가 단순한 목적을 위해 창조되었다면 다른 미래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이 오로지 목적대로 사용되고 소멸된다면. 우리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사랑을 나누고 추억을 가질 수 있을까? 목적을 너무 일찍 알게 된다면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마음을 품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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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인 소통이 가능한 관계들이 있다. 어떻게 돌아서 헤메다가 만나더라도 완벽하게 들어맞는 관계.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은 너도 누군가 만나겠지가 아니라 정해진 운명적인 제 짝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는 그 짝을 만날 수 있을까? 만나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까? 혹 사소한 실수와 오해로 저버리는 일은 없을까? 나는 만났을까? 놓쳤을까? 의식조차 못하고 지나쳤을까? 언젠가 너무 늦게 발견하게 될까? 지나친 망상. 때론 오해하고 때론 소망하고 때론 체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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