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 75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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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언덕 풍경’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연작이래도 믿을만큼. 작가는 인터뷰에서 ‘창백한 언덕 풍경’,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남아있는 나날’ 세 편에 대해 세편의 같은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한다. 앞의 두 편은 너무 닮았지만 ‘남아 있는 나날’은 좀 다르지 않나. 배경만 봐도. 싶지만 세 편의 이야기에서 나는 ‘늙은 주검은 젊은 주검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는 어느 작가의 글귀가 자꾸 떠올랐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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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젊은이들을 비롯한 전반적인 일본의 사회분위기는 전범에 대해 몹시 회의적인 분위기였나 보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그들이 살아낸 방법과 태도에 대해 부정하고 비판한다. 글에서는 그것을 소리쳐 외치지 않는다. 그저 그런 분위기를 드러내고 그 속에 놓인 그들의 상황과 심리를 드러낸다. 전쟁을 이유로 세대간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자명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어느때고 있어왔던 일이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우리 부모 세대가 젊어서 듣던 말이고 우리 조부모 세대 역시 젊어서 듣던 말이다. 요즘 애들에서 어느새 늙은 할아버지가 되버린 그들은 청춘의 수고와 열정이 억울하고 내심 자부심을 갖는다. 그것 또한 세대의 반복되는 변화일 것이다. 안타까움은 뒤로하고 얼마간은 적응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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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변화에 따라 세대가 화해하는 방법, 더불어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방법을 잘 터득해야 근사한 노인이 될 수 있다. 지혜와 너그로움이 동시에 요구된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많은 것이 요구된다. 나이를 공으로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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