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언덕 풍경 민음사 모던 클래식 61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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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을 신뢰하는 편이다. 수상작가의 글을 챙겨보는 편인데, 수상 전에 그 작가를 알고 있거나 그의 글을 좋아하는 경우들이 있고 왠지 만족스럽기도 하다. 가즈오 이시구로 역시 ‘남아 있는 날들’을 통해 먼저 만난 작가였다. 제목이 그렇듯이 서정적이다. 아마도 번역을 하며 제목이 가장 신경쓰일 텐데 직역이 아닌 의역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은 글이나 작가의 이미지에 더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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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대는 이전 세대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 왜곡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행위와 가치가 모두 정당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결과론에 의해 전쟁에 패한 것은 과거의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반증이라거나 내가 모성이 부족하고 이기적이이어서 내 아이가 불행하다.는 단순한 인과가 아니다. 과거의 당위성, 그 시대의 가치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할 것은 그 시대를 살아낸 개인의 수고와 불가피했던 시대적 요구를 잘 해결하고 지금에 이르게 된 사회의 변화와 그에 따른 세대간의 차이이다. 현재를 긍정하고 미래를 기대한다고 해서 과거를 부정해선 안된다. 현재가 있는 것은 과거가 있기 때문이고 현재는 미래를 만든다. 그것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지우고 없애고 무시하고 덮어둬선 열심인 현재도 멀끔한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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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다정하다. 문체도 인물들도 다정하지만 그저 그렇게 그치진 않는다.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다. 이렇게 저렇게 얽혀서 이렇게 저렇게 지나온다.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는 억울해서일 뿐이다. 패배가 억울하니 이유가 필요하고 과거의 노력이 억울하니 사과받아야겠다. 그것은 변했을 뿐이다. 그때와 지금이 다르고 그래서 변했고 지금 역시 미래와 다르고 변해가는 중이다. 우리는 결국은 짐작하며 살아갈 뿐이다. 지금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밖에. 나중에 그 때 그건 잘못된 던 것 같다고 누가 말하면. 조용히 긍정하며 변명하고 싶다.
‘그래 확실히 이제보니 잘못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 것이었다. 옳다고 믿었고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되버린 것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어쩌겠니. 나로써는 별 도리가 없었단다. 그 때의 세상은 그 만큼이었거든.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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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단다, 니키. 넌 네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돼”

#창백한언덕풍경 #가즈오이시구로 #민음사모던클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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