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버린걸까를 한참 생각하다 보면 잠깐 시작이 어디었지?하고 원점으로 돌아온다. 가벼운 농담, 약간의 용기, 작은 호기심 따위에서 시작된 그것이 어째서 이토록 집요하게 따라붙어 옭아 메는지 알 수 없게 되버린다. 고작 그런 것 따위가 일을 이 지경으로 몰고왔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다. 아니 납득할 수가 없다. 대체 어디까지 계산하고 얼마나 조심하며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시시각각 긴장의 날을 세우고 기민하게 대처해야만 겨우 나를 지킬 수 있다. 삶이란 지독히 위험하고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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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일 수도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느날 덜컥 벌어진 어떤 사건일 수도 있다. 지나가는 농담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을 뒤흔드는 충격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무수한 사건과 사고 속에 우리는 놓여진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이어야 하는데, 왠갖 참견과 간섭이 넘쳐난다. 남의 얘기는 쉽고 남의 사건은 고통없이 흥미진진하다. 다정한 이웃이나 위로자가 될 수도 있고 교묘한 사기꾼이 될 수도 있다. 당사자와 주변인. 정작 당사자는 선택이 어렵고 주변인은 쇼핑하듯 선택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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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속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난 ‘밀회’가 가장 좋았고 실제로는 ‘오늘의 커피’를 꿈꾼다. 다행히도 얻어맞을 일보다는 후려쳐줄 일이 많다. 언젠가를 위해 커피숍도 다니고, 손힘도 좀 길러둬야겠다. 거듭 생각하기 억울하고 서러워 적당히 용서하고 열심히 지운 기억들이 언젠가 나를 가볍게 떠날 상상을 하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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