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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 개정판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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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한숨을 푹푹 쉬었더니 무슨 일이냐 묻더라. ‘편치 않아서’라고 했다. 멕시코 이민 1세대의 이야기라 마음이 편치 않다고. 나는 어쩐지 쭈욱 그래왔다. 그냥 그렇구나, 안타까운 비극이구나로 그치지 못하고 몹시 불편하게 오래 남는다. 그렇다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도 아니면서 오래 불편하고 오래 부대낀다. 억울한 것들만 보면 그렇다. 참 견디기 힘들다. 왜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왜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을까. 그 한을 누가 달래주려나. 누가 알아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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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한이 내내 들러붙어 이도저도 못하게 붙들고 있는 것 같은 작금의 현실. 그 당시를 살아냈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그들이 잃은 것과 지금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우스개로 ‘국가가 국민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냐’라며 자조섞인 농담을 뱉다가 최근에야 ‘세금 내는 게 안아까워졌어. 최소한 전처럼 사용되진 않겠지’라고 말하게 되었다. 국가가 최소한의 역할을 해줄 거라는 소박한 기대를 품는 요즘, 어느 자리에서건 인간의 됨됨이가 가장 중요하구나를 깨닫는다. 방법이야 다를지라도 기본이 된 인간이어야 겠구나 싶어진다. 우리는 너무 오래 국가에게 버림받았던 것이 아닐까? 너무 오래 쓸모를 강요당했다. 망국의 한은 국민보다 국가가 더 중요하다고 우리를 집요하게 붙들었다. 나는 어디서건 어느때건 보이지도 않는 국가보다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 사람이 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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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목숨은 참으로 모질고 대단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참으로 집요해서 어떻게든 적응하고 어떻게든 살아낸다. 그 모진 목숨의 선택에 대해 누가 항변해줄까. 그저 살아내는 것외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누가 말해줄까. 각기 다른 마음으로 출발했고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각기 다른 삶을 살아낸다. 그들은 아주 멀리서 와서 아주 멀리서 죽었다. 그래도 살아낸 흔적은 여기저기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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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믿는가와 어떻게 믿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같은 것을 믿는다 말해도 그것이 다른 경우가 많다. 무엇을 믿는가와 어떻게 믿는가는 따로 생각해선 안된다. 무엇을 어떻게 믿을 것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야 한다. 끝없이 의심하고 끝없이 반성하고 끝없이 확인해야 한다. 최소한 내가 믿는 것을 누구도 비난하게 해선 안된다. 내가 믿는 대상의 가치를 내 스스로 떯어트려선 안된다. 한국의 교회에 대해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사실 한국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계속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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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 속에서 견디고 살아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가공의 존재 같아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렇게 살아냈을 법하고 이름과 모습을 바꾸어 어딘가 살고 있을 법하다. 살아내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