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일기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김슨생에게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꽤 나이가 많아서 우리 어머니보다 연상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게 시선이 자유롭고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내고 위트가 넘친다고. 종종 그들이 어린시절(젊은 시절)이나 나이를 언급할 때 마다 놀란다고. 그들이 젊어서 쓴 글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변해왔고 그 속에 그들의 나이와 경험과 지혜를 발견하면 더더욱 신기하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폴 오스터는 내가 십수년 전 처음 만났던 ‘달의 궁전’때부터 늘 40대 같은 인상인데도 이 글에선 유독 그의 나이를 느끼게 된다. 이제 삶을 돌아보며 그간의 일들 속에서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끄집어 낼 수 할아버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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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7년생! 줄리언 반스는 46년생, 하루키는 49년생. 나는 그 시대의 작가들을 좋아한다. 그때마다 동 시대의 한국인들에 대해 생각한다. 왜, 그들은 딴나라의 동시대 사람들처럼 자유롭고 편안하지 않을까. 왜 그들은 피맺힌 절규나 소리없는 눈물이나 자기 가슴을 치는 글을 쓰고야 마는 것일까.를 생각하다보면 슬프고 아프다. 한국의 그 세대가 가진 고통과 절망과 분노와 불안과 인내에 대해 안타깝고도 고맙다. 그들 덕에 이만큼의 나라가 되었다고 참 고생 많으셨다고 당신들도 젊어서 많은 기회와 선택이 가능했다면 더 크고 거창하고 더 섬세하고 내밀한 세계를 가질 수 있었겠지만 그 대신 나라를 나라꼴로 만드는 것에 기여해준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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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많은 흔적들이 담겨있다. 자서전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그의 기억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30년을 함께한 그의 아내를 여전히 너무도 사랑한다는 고백이다. 정말 꼭 맞는 제 짝을 만나는 행운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고 그런 면에서 폴 오스터는 엄청난 행운아다. 물론 아무런 착오도 갈등도 혼란도 없이 파바박 짠하고 그 행운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몹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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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는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 나는 어느 계절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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