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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나 많은 무관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살아가는가.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뒤엔 무엇이 감춰져 있고 어떤 다음이 있을까.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사람이고 그들의 삶이다. 낱낱이 알 필요는 없다. 그들이 억울했다하면 내 억울함을 떠올리며 함께 분개하고 그들이 울음을 터트리면 손수건을 건내며 내 눈물을 손등으로 쓱 닦고 싶다. 그들이 웃는다면 언제고 내게도 즐거운 일이 생길거라 기대하고 그들이 반짝이면 내게 반사광이라도 비춰줄 것만 같다. 그저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욕구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실제로 듣지 못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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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세대. 라고 말하는 것도 좀 재밌다. 삐삐가 주는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감과 불안과 초조와 긴장에 대해 생각해봐도 그 시기에 내가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고등학생일 때라 감흥이 덜하지만. 삐삐를 받고 전화기를 애타게 찾던 사람들과 울리지 않는 삐삐를 한없이 들여다보던 사람들이 떠올라 그랬었지 싶어진다. 단절도 아니고 소통도 아닌 일방통행의 그 기계가 많은 이들을 안달나게 했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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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쓸 무렵의 작가는 아마도 30대가 아니었나 싶다. 어떤 허구의 글에서도 작가란 살폿 드러나게 마련이고 소재도 단어도 막 어른이 된 듯한 인상이 남아있다. 지금 글에 비하면 어딘지 날 것 같아서 작가의 세월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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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상상을 잘 버무리면 소설이 된다. 그래서 나는 소설 속으로 도망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떠랴. 즐거우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