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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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우리 중 한 명인 김지혜씨. 나도 한 분 안다. 어디에나 있는 서른살의 인턴인 김지혜씨는 보험삼아 월급의 반 이상을 들여 토익학원을 다니고 최소 한달에 한편은 영화를 본다. 이대로 별 거 아닌 루저가 될까봐 두렵다. 하지만 더 치열하게 사는 것도 못하겠고 아닌 걸 알면서도 적당히 참고 그렇게 산다. 혼자 있기 위해 투명인간 친구를 만들고 반지하에 살고 10개월 인턴 끝에 겨우 정직원이 되고 끝없이 면접을 보고 결혼하며 달라진 친구와 통하지 않는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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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불안하다. 내 존재가 별 것이 아닐까봐 남들처럼 살지 못하면 안될 것 같고 내가 너무 부족하고 안쓰럽고 초라한 것이 슬프고 내가 이렇게 달라져 버린 것에 화가나다가도 별 수 없이 납득한다.
불안해서 불만을 드러낼 수 없다.
사소한 것들을 참고 견딘다. 누구나 이 정도는 다 참고 산다고 권력이 없으면 더럽고 치사해도 아니 죽을만큼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
그럼 그냥 계속 끝까지 참아야만 할까? 언제까지? 얼만큼? 그래서 약간이라도 반격을 해보기로 한다. 약간이라도 속이 시원해지고 들켜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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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랄만큼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 좋은 인상을 주고 좋은 평가를 받고 상대가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그렇게까지 애써서 잘 봐주길 애걸하고 싶지 않다. 착착착 계단을 올라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계단을 올라가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올라갈 사람도 많고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고 내 몫은 따로 있는 것 같으니 애쓰지 않기로 했다. 적당주의자처럼 보이는 고집쟁이로 살기로 했다.
응응, 너는 그렇구나.
응응, 나는 이래. 괜찮아. 나는 이렇게 살기로 했어.
그것은 좀 더 덜 지치는 방법이고 덜 억울한 선택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우리는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결과는 고스란히 내 책임이다. 나는 당당하고 싶다.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고 싶다.
고집 센 아이에서 고집 센 어른을 거쳐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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