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잔의 진실
무라카미 류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불편하다. 그 이유는 소재가 자극적이고 묘사가 적나라하고 현실이 참담해서가 아니라. 애정이 없어서이다. 역자는 류의 글이 음지의 것을 양지로 끄집어 낸다고 했는데, 나는 반대라 생각한다. 음지의 것을 더 음지로 더 어둡고 더 나쁘고 더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감할 수 없다. 그런 태도는 거의 집착에 가깝에 글에서 드러난다. 물론 그의 글을 좋아하지 않고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그의 글은 불안을 자극한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불안이라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불안과 공포다. 인간에겐 자신에 대한 공포가 본질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고독이라거나 인정욕구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 공포는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세우고 벼랑으로 내몬다. 그 안의 만족이 있다면 그것은 특별하고픈 욕구의 과잉에서 오는 기만이 아닐까? 그 공포를 지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감이다. 제각각의 사연과 모양새로 살아가지만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공감대. 그것만이 인간의 어두운 공포를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류는 상처가 많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모르고 그 상처를 더욱 자극해 더 큰 상처를 내며 그 상처를 훈장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건실하고 묵묵하게 살아가며 스스로 공감할 수 없는 극단의 세계에 매료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2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류의 글은 불편하고 폭력적이다. 다만 그 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그 때는 작가가 무서웠고 지금은 작가가 안쓰럽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 마지막 이야기에서야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마무리가 편안해서 그나마 편안해졌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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