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 개정판 카프카 전집 3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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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 소송이 벌어졌는지는 끝내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모두 소송을 잡으려 빙빙 돈다. 마치 꼬리잡기를 하는 것처럼 계속 쫓는다. 쫓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그 결과도 짐작할 수 없고 의미도 모른채 빙빙빙. 어쩌면 카멜레온일지도 모르겠다. 대상은 변하지 않지만 색이 달라지고 그것이 같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 또한 없다. 요제프 카는 어쩌다 소송에 휘말렸는가. 그것이 궁금했는데,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관계한 모든 이에게도 그것은 중요치 않다. 단지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목적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지만 어느 길에도 확신은 없다. 하지만 원인을 모른 채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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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된 법과 실제의 적용 사이의 허구를 말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 때나 지금이나 오리무중이긴 매한가지고 어쩌다 그 함정에 빠졌는지도 모르고 논리나 이성이나 규칙 따윈 없다. 실재의 세계는 그 모든 것을 벗어나 제멋대로 굴러간다. 그 속에서 요제프 카가 과연 인간이긴 한가. 일종의 매개체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글에서 주어지는 요제프 카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이 이 소송에 관련이 있기는 한가. 그가 옳거나 그른 것이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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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카프카는 너무 어렵다. 사실 카프카의 삶에 대해 작품에 대해 알고 있는 아주 약간의 정보를 꾸역꾸역 대입해도 쉽게 다가오진 않는다. 알 수 없는 것을 쫓고 있는 요제프 카와 알 수 없는 카프카를 읽고 있는 내가 일견 유사하다. 더 읽어야겠지만 공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해석이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고 해석을 들여다봐도 정답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카프카의 세계, 카프카의 의도, 카프카의 상상 그 어느 것도 가깝지 않다. 그저 좀 인간이 참 우습고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이 참 하찮게 여겨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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