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반대하며 - 타자를 향한 시선
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채세진 옮김 / 북인더갭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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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알아야 궁금해진다. 궁금해지면 더 알게 되고 그만큼 더 궁금한 것이 생겨난다. 프리모 레비의 방대한 세계에 대해 놀랄 수 밖에 없다. 잡학사전 아니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급이라 전혀 모르는 분야와 지극히 익숙한 것들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시킨다. 여실히 깨닫고 말았다. 기본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고, 아는 게 없어도 너무 없다고 많은 지식을 가지면 그만큼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늘 열등감으로 다가오는 그 부분을 건드린다. 너무 방대해서 감탄하며 아쉬워할 뿐 시기할만한 거리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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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대한 세계가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면 그 끝은 한결같다. 현재와 미래의 우리, 우리는 인간에 그 치지 않고 생명과 우주까지 아우른다. 단호하지만 다정하고 섬세하지만 도전적이다. 몰라도 아름답게 느낄 수 있고 몰라도 감탄할 수 있고 몰라도 즐거울 수 있다. 뭘 더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그 방대한 세계를 통해 호기심의 영역이 넓어졌다고는 할 수 있겠다.
지식에 매몰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 지적 즐거움이라면 이미 매몰된 사람에겐 그 즐거움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너무 알아서 그것에 사로잡히는 것보단 많이 모르고 여전히 궁금할 것이 많은 쪽이 더 즐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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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 레비의 정치적, 세계사적 증언을 만나고 싶다. 삶을 버티게 하고 또 놓아버리게 존재의 부채감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 하나씩 놓아가면서도 여전히 다정한 눈으로 존재를 대하는 글에서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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