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눈빛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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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그만 읽을까’하는 생각을 몇 번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지 않을만큼 여러번이라는 것만 기억한다. 이거, 뭐, 어떻게, 그래서라고 계속 생각해야만 한 문장을 절반쯤 해독할 수 있었다. 명징한 의미는 나중에 찾고 일단 문자 해독을 해야했다. 문장이 통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계속 질문했다. 뭐라고? 무슨? 어? 그래도 잘 안보여서 반만 보고 반은 지나칠 수 밖에 없었고 줄거리도 인물도 기억나지 않는다. 여러 단편을 읽은 게 분명한데 기억나는 것은 부산, 해운대, 광주, 연극, 상수, 모자 이런 몇 개의 단어들 뿐이다. 단어가 들러붙어 있는 어정쩡해서 겨우 굴러가게 생긴 미요한 색과 질감을 가진 구체 비슷한 것이 굴러가는 것을 애써 집중해서 바라본 기분이다. 느낌이 좋은 지 나쁜 지도 알 수 없어서 나에게도 계속 질문했다. 꽃잎을 떼진 않았지만 좋아? 싫어? 좋아? 싫어? 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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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폐서회, 슬쩍 페소아처럼 발음하며 화씨 451 속 인물들을 상상하다보면 어떻게 책에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 아니 책이라고 예외일리 없지 않은가 그래도 도저히 안되겠어서 고개를 내두르고 만다.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좋아하는 책이든 그렇지 않은 책이든 심지어 쓸모없고 종이 낭비라는 생각에 스러져간 나무와 바쁘게 돌아가는 인쇄기를 떠올린데도 가능할 리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다 끌어안고 이고지고 읽고 쓰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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