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사건들을 경험하더라도 우리가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특정 순간들을 선별하는 기준은 각자 다르며, 그것은 우리의 인격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우리들 각자는 우리의 주의를사로잡는 세부 사항들을 인식하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며, 그 결과 구축된 이야기들은 우리의 인격을 형성한다.
우리 모두가 과거의 여러 시점에서 틀린 적이 있고, 잔인했거나 위선적으로 행동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그런 일들 대부분을 망각한다. 바꿔 말해, 우리는 스스로에 관해 거의 모른다. 자기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면 개인적인 통찰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일일까?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그러나 특정 세부 사항은 포함시키고, 다른 사항은 생략하는 행위를 통해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철저하게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실은 나 자신을 미화하지는 않았을까? 혹시 고백문의 형식에 맞추려고 실제 사건들을 왜곡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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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