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 엄마의 휑한 두 눈동자를 보며, 엄마가 뜬눈으로 지새웠을 지난밤을 떠올렸다. 엄마가 나의 지난밤을 알지 못하듯, 나 역시 엄마의 지난밤을 알지 못했다. 엄마의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나는 엄마의 시간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혼자 걸어 들어가는 나의 뒷모습을 말없이지켜봐야 했던 엄마의 시간, 홀로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고민하다 내게 급식 혼자 먹느냐고 겨우 말을 걸었던 엄마의시간. 나는 그저 항상 내 방 깊숙이 숨어들기 바빴다. 엄마의 시간들과 제대로 마주하려 들지 않았다.
고작 한 살 어렸을 뿐인데, 대체 그게 무슨 죄였다고. 다빼앗아 놓고 이제 와서 새로 주는 척하며 기뻐하라니. 그건내 것이었어. 다 내 권리였어. 내가 몇 살이든, 스물이든 열여덟이든 한 살이든 빼앗길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었어. 고작 나이 먹은 것 따위로 개처럼 던져 주면서 나더러 기뻐하라고,
생각해 보면 그랬다. 어릴 때가 지금보다 더 나았던 것은단 한 가지밖에 없는데,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의 존재가 긍정받은 적은 결코 많지 않았다. 내게만 그런 것도 아니었고, 특정한 누군가가 유별나게나를 무시했던 것도 아니었다. 세계는 내가 가진 ‘가능성‘에대해서 별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것 외에는 모두더 나빴다. 힘이 없었고, 자유도 없었고, 세상은 좁았다. 나의 좁은 세상은 온통 관계와 관계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