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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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알면서도, 겁이 났다. 이 세상에 내가 부재하게 되리라는 사실보다 작별이 무서웠다. 내 삶에서 유일무이하고 전적인 존재, 나 자신과 헤어지는 게 미치도록 무서웠다. 다시는 나로서 생각하고, 나를 의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
지니 앞에 엎드려 애원해서라도, 살고 싶었다. 너의 생을 내게 양보해달라고 떼를 써서라도 살고 싶었다. 그것은 내 안, 가장 깊은 바닥에서 울리는 본성의 목소리였다.
—-
어째서 모두 부질없는 민주가 아니라 생을 꽉 부여잡은 진이였을까. 삶 그리고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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