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곳을 나서며 무엇을 꿈꾸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나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 꿈을 꾸기엔 미래에 대한 욕망이 너무 약했고, 꿈 없이 살 만큼 삶에 대한 욕망이 강하지도 않았다. 4년이 지난 그날에도, 나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 운동장을 나선 이후의 4년은 내게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어쩌면 내 삶 전체가 존재하지 않는시간이었을지도 몰랐다. 더 충격적인 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내 앞에수십 년이나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다시 아버지의 기념비적인 배낭을 꺼냈다. 몇 가지 질문들이 짐을 싸게 만들었다. 세상 어딘가에 고시원 밖의 삶이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 있지 않을까.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면그 삶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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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절망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